<96세계로뛴다>미식축구 하인스 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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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난해 12월31일(한국시간)미국 애틀랜타시 조지아돔에서는 조지아대와 버지니아대간의 피치보울이 펼쳐졌다.조지아대 공격을 이끈 선수는 흑인 쿼터백 하인스 워드(20).워드는 프로에서도보기힘든 4백12야드 패스,56야드 러싱에 터치 다운 1개를 기록했다.비록 팀이 34-27로 역전패했으나 워드는 두팀 선수가운데 단연 돋보였다.워드의 활약은 AFKN을 통해 국내에도 중계됐다.이날 중계를 자세히 본 국내 팬이라면 워드의 눈빛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흑인이지만 워드의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워드는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45)씨와 단둘이 살고있는 한국계 흑인 혼혈아다.76년 한국에서 태어난 워드는 5개월만에 미국에 건너왔다.미국에 당도하자마자 그의 부모는 이혼했다.워드는 루이지애나주의 할아버지에게 보내졌으나 7세때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엄마 품으로 되돌아왔다.이때부터 워드 모자의 고생이 시작됐다.영어를 모르는 어머니와 반항심 가득한 아들은 매일밤 다투기 일쑤였다.그러나 말이 통 하지 않았다.결국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닥치는대로 일했다.주로 잡화점 종업원이었다.
철이 들면서 아들은 어머니의 퇴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방과후에도 학교에 남아 운동을 했다.야구.미식축구.테니스 뭐든지 잘했다.조지아주 포레스트파크 고교를 졸업하던 지난 94년 워드는 메이저리그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플로리다 말린스 로부터 지명을 받았다.대학 미식축구 최강 네브래스카대의 톰 오스본 코치는워드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직접 워드의 집까지 찾아왔을 정도였다.그러나 워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머니와 헤어질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이제는 자신이어머니를 보살필 차례라는 게 워드의 다짐이었다.결국 집에서 가까운 조지아대를 택했다.주전 쿼터백으로 자리잡은 워드는 NFL에 진출,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겠다는 꿈을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다. 『제 남은 인생은 모두 어머니 몫이지요.프로입단과 함께 어머니의 손을 맞잡고 모국 한국을 찾으렵니다.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 말입니다.』 애틀랜타 글=이태일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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