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영어 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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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 년간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교육 분야를 꼽자면 영어다. 사교육 시장의 규모와 수요뿐만이 아니다. 학습 목표와 학습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그저 시험에서 만점 받는 것을 영어 공부의 최종 목표로 삼는 사람은 없다. 듣고 이해하는 능력,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이런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영어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다. 현장에서 학부모들을 만나는 튼튼영어 관리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때 영어는 듣기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운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A·B·C…’ 알파벳을 쓰고 읽으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고, 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 오디오 교재를 들려주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선생님, 옆집 애는 책을 읽는데요
  분명 교사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학부모들이 영어학습에서 듣기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에 의하면 학부모들의 비교와 조바심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새삼 비교와 조바심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일정 기간 학습을 하고 나면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우리 애는 언제 쓰기, 읽기 하나요? 옆집 애는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의외로 많은 학부모들이 연령·학년을 기준으로 아이의 학습 수준이나 목표를 고려한다는 증거다.
  영어 공부를 하는 옆집의 누구 누구가 읽고 쓰기를 한다고 하면, 우리 애만 뒤처진다는 생각에 불안해 하는 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학부모들의 몸에 익은 고정관념
  교사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이 ‘학부모들의 생각과 몸에 익은 고정관념’에 있다고 말한다. 고정관념으로 인해 영어를 배우면 뭔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과 읽고 쓰는 것이 곧 실력의 척도라고 여기는 데에 있다.
  영어 역시 모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듣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이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생략하고 성과나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한다.
  이런 추세와 함께 각종 레벨 테스트에 응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들어 어학원의 입학 전형에서 레벨 테스트는 필수다. 여기에는 미취학 아동도 예외가 아니다. 관리교사들은 “문제는 대부분의 레벨 테스트가 단어 뜻을 파악하거나 받아쓰기”라는 점을 지적한다.
  원어민이 실시하는 회화 능력 테스트도 실시하기는 하지만 막상 단어를 읽지 못하거나 쓰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급기야 레벨 테스트 결과는 종종 학습 과정이나 목표의 궤도를 수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자 중심의 학습, 무엇이 문제인가?
  교사들이 문자 학습의 시기와 방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펴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문자의존증’이다. 그런데 영어에 대한 감을 익히려면 영어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은 필수다.
  문자를 아는 아이의 경우 소리보다는 문자에 익숙하다. 실제로 영어를 미리 접한 아이의 경우 특히 문자를 읽고 쓰는 아이는 소리가 아닌 문자에 의존하는 습관이 큰 장애물이라고 한다.
  현장의 교사들은 이에 대해 “오디오 교재에서 나오는 영어 소리 자체에 집중을 하기 어려워 영어 문장이나 내용을 듣고 귀로 이해하기보다는 책과 교재의 문장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려고 한다”며 “자연히 영어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직청직해’ 능력을 갖추기가 점점 요원해진다”라고 지적한다.
  내 아이의 영어학습 목표를 세우는 데 옆집 아이가 어떤 과정을 하느냐가 고려 사항이 될 수 없다. 문자 학습,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충분한 영어 소리에 노출되지 않은 채 읽고, 쓰기를 배우는 일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성환 팀장
튼튼영어 연상력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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