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친일파 처단史 첫 국내소개-한울社서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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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제당시 친일파는 일제의 지배아래 있었던 중국에도 있었다.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중국 국민당 부총재를 지낸왕자오밍(汪兆銘.1883~1944)일당을 포섭,1940년 괴뢰정부인 난징(南京)정부를 세웠는데 여기에 많은 중국인들이 가담했다. 종전후 장제스(蔣介石)정부와 공산당 정부는 전후처리의 일환으로 각각 이들을「한간(漢奸)재판」을 통해 처단했다.당시 이 재판의 실상을 알려주는 연구서인『중국.대만 친일파 재판사』가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됐다(한울 刊).이 자료에 따 르면 46년4월부터 48년9월까지 무려 2년5개월간 계속된 재판에서이들 「한간」(친일파)들은 다수가 극형을 선고받고 처형당한 것으로 나타났다.종전 직전에 사망한 왕자오밍을 제외하고 왕자오밍에 이어 난징정부 주석을 지낸 천궁보(陳公 博),재정부장.상하이시장을 지낸 저우포하이(周佛海),입법원장 량훙즈(梁鴻志),선전부장 린바이성(林柏生),상공.실업부장을 지낸 메이쓰핑(梅思平)등도 처형되었으며 왕자오밍의 부인 천비쥔(陳璧君)은 종신형을선고받았다.
이 책의 저자인 마스이 야스이치(益井康一)는 마이니치(每日)신문 중국특파원으로 중.일전쟁이후 종전 때까지 중국전역을 취재한 원로언론인 출신.그는 종전후 귀국해 자신의 취재기와 당시 중국 현지에서 발행된 신문기사등 1차자료들을 30 년에 걸쳐 수집한 끝에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한간재판」으로 재판받은 2백64명의 명단과 죄상이자세히 공개돼 있다.난징정부 요인은 물론 당시 경제계.문화계의거물 한간들과 지방의 요인들,그리고 왕자오밍의 유서내용등 1차자료가 소상히 소개돼 있다.
똑같은 일제지배를 경험한 우리는 해방후「반민특위」의 좌절로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반면 중국은 이를 마무리짓는데 성공했다.
그 요인으로는 종전직후 바로 친일파 처단을 단행한 점과 외세의간섭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그러나 재판과 정에서 중국과대만정부는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드러낸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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