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아이리버 신화’ 주역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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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플레이어 ‘아이리버’ 성공 신화의 주역인 이래환(43)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8일 “㈜레인콤의 영업상 기밀을 도용해 경쟁업체를 설립한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레인콤의 진정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레인콤의 창업 멤버였고, 대박상품인 ‘아이리버’ 개발을 주도했다. 이씨 측은 “해당 기술은 결별 당시 ‘동업자의 의리’에 따라 체결한 협약에 따라 적법하게 사용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MP3 신화의 주인공=이씨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14년간 재직했다. CD·DVD·CD-RW 등 ‘동그란 것은 모두 만들어 봤다’는 음향·영상 분야의 전문가다. 고교생 때 앰프를 직접 만들고 대학 때 전자회사 서비스맨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고속 승진을 거듭해 34세에 삼성전자 개발담당 부장이 됐다. 그러나 1998년 사표를 냈다.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99년 함께 삼성을 다닌 양덕준(57)씨와 의기투합해 레인콤을 설립했다. 통신 부품회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0년 MP3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소니·필립스 등 굴지의 업체들이 이미 제품을 내놓은 상태였다. 그는 그러나 “여러 종류의 압축 파일을 모두 작동 가능한 ‘멀티 코덱’ 기술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접목하면 승산이 높다”고 제안했다. 양씨가 제품 기획을, 이씨는 개발을 맡았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4년 매출액은 4540억원. 세계 MP3 시장의 11%를 차지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아이리버를 공개 시연회에서 수차례 소개할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 애플사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가 쌓였다. 2006년 8월 이씨는 창업멤버 4명과 함께 퇴사했다. 양씨는 최근 공동대표를 사임한 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레인콤 진정으로 구속=이씨는 퇴사 두 달 뒤 전자사전업체인 ㈜에이트리를 설립했다. 레인콤에서 근무하던 임직원 9명도 함께 이 회사로 옮겼다.

에이트리는 2007년 4월부터 ‘UD10’ 등 전자사전 5종을 출시했다. 지금까지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시장 1위 업체인 레인콤(점유율 30%)을 위협할 수준(25%)으로 성장했다.

레인콤은 3월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씨가 전자사전 등의 핵심 기술을 빼내 도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레인콤은 “48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도용해 향후 10년간 728억원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가 레인콤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7일 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뒤 구속됐다.

조대형 에이트리 이사는 “‘동업자의 의리’로 양자가 합의한 ‘사업확약협약서’에 따라 에이트리는 MP3를 제외한 제품의 개발·판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창우·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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