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귀순자정책 개선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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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사회를 버리고 우리를 찾아온지 1년 남짓한 한 귀순자가 최근 몰래 출국하려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지난해 9월에 있었던 또 다른 귀순자의 공기총강도사건과 아울러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의(失意)속에 살거나 정상적인 생활에서 일탈(逸脫)하는 경우를 비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귀순자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지만 실상 귀순동포들중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들어 살아가기 힘들다고 호소한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94년 9월 밀항해 왔다가 또 밀항해 가려던 귀순자는 그 동기를 『고향의 아버지가 보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공기총사건을 일으켰던 귀순자는 자신에 대한 사회의불신과 가정불화가 견디기 어려웠다고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귀순자들이 부닥치는 어려움은 크게 사회문제로 부각될 일은 없었다.숫자도 적었지만 그들에 대한 처우나 생활지도.안전관리 등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일정한 액수의보상을 규정한 「귀순동포 보호법」도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냉전시대 귀순장려의 성격이 강했던 이 법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여러차례 지적돼 왔다.사회정착을 위한 비용이나 적응훈련.직업교육.직장알선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었다.당장 이 법대로 1 인당 평균 4천5백만원씩 돌아가야 할 예산의 확보도 문제다.따라서 귀순자에 관한 법은 이제 물질적 보상위주에서 우리 사회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발상과 기본개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본다.우선초기단계에서는 수용시설을 확보해 상당 기간 적응훈련.기술지도 등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귀순자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직장문제.대우문제.소외감.문화적 충격.상대적 박탈감.가정불화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우리 사회가 무관심하고 냉대하는 것으로 그들 눈에 비쳤다는 이야기 다.귀순자들의 사회 일탈은 더욱 마음을 따뜻하게 열도록 우리에게 호소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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