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양념통 수집 주부 정주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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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통통한 양배추에서 빵이 막 튀어오를 것같은 토스터 모양까지.
주부 정주연(鄭朱然.34)씨가 수집한 사기로 빚은 양념통 컬렉션이다.鄭씨는 7년동안 50여쌍의 양념통 세트를 모았다.『그렇게 많은 개수는 아니지만 넉넉하지 않을 때 하나 하나 어렵게 모아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다』고 말한다.50여쌍 대부분은 미국에서 구입한 것.鄭씨가 미국에 간 것은 지난 86년.현재 서울신학대 교수로 재직중인 남편과 함께 유학을 떠나 鄭씨는 피아노를,남편은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학비를 직접 벌어써야 하는 어려운 살림에 사치인듯 싶어 아무것도 모으지 않았으나 어쩌다 유명 팬시용품 체인점인 홀마크에서5달러짜리 양념통 한쌍을 산 후 양념통 모으기를 시작했다.유학시절 나름의 추억거리를 가져오고 싶었기 때문.살 림솜씨가 깔끔한 鄭씨는 양념통 모으는 것도 「양보다 질」이라는 원칙을 갖고있다. 무턱대고 많이 모으기보다 아주 마음에 들고 예쁜 것만 모으기로 한 것.그래서 하나 하나 살때마다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저희가 살았던 미네소타와 시카고 주변의 큰 쇼핑몰을 이잡듯 뒤져 예쁜 양념통을 찾아냈지요.마음에 드는 것을 보았더라도살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을 더 가 본 후에야 샀답니다.』완벽을추구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유학생활에 몇 푼 안되는물건이라 해도 덜컥덜컥 살 수 없었기 때문.도시와 지역을 대표하는 모양보다 주로 과일.음악.집.야채.동물.식물등 모양의 특이함을 살린 시리즈 위주로 모았다.
사기로 만든 소파 위에 얹혀 있는 쿠션 두개가 각각 소금.후추통인 것도 있다.낼름 혀를 내밀고 있는 늑대와 통통한 돼지도소금.후추통이고, 목청이 보일듯 노래하는 글래머 여가수와 콧수염 트럼펫 연주자 모양의 양념통 세트도 눈길을 끈다.동물시리즈중에는 닭이 소금통,닭이 품고 있는 달걀이 후추통인 것도 있다.가격은 대부분 5~10달러.젖소모양 양념통 한쌍은 미국에서 구입했지만 한국제.「Made in Korea」라는 글자가 반가워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미키.미 니마우스 양념통 세트를 구입할 때는 귀퉁이 칠이 벗겨져 세번이나 바꾸러 갔었는데 그때마다 주인이 친절히 바꿔줘 기억에 남는단다.
가장 비싸게 주고 산 25달러짜리 사과모양 양념통을 이웃집 아이가 깨버렸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는 鄭씨.『몇번을 만지작거리고도 못산 핫도그.샌드위치 모양 양념통이 마음에 걸려 다시한번 미국에 가게 되면 머뭇거리지 않고 사오기로 마음먹었다』는그는 자료수집차 미국에 간 남편이 양념통을 선물로 사주기로 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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