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44.서양적 사고의 한계 동양사상이 극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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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양적 사고의 한계가 동양적 사유로 극복될 수 있는가.』 동양사상에서 과연 서양적 과학관을 넘어 새로운 문명이 창출될 수 있는가가 최근 자연과학계와 철학계 등에서 깊이 논의되고 있다.이같은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은 생태계 파괴,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의 고갈,인간 소외 현상이 다름 아닌 근대 서구과학의 결과란 진단에 따른 것이다.근대 이후 서구의 과학관은 원자론적 관점에 입각해 자연을 양(量)적 개체로 환원해 그 개체가 시.
공간 속에서 어떻게 운동하는가를 설명하는 「기계론적 과학관」이다. 서구의 과학은 이에 기초해 자연을 일정한 거리에 두고 대상화해 파악하고,파악된 법칙을 통해 자연을 조작해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이런 이유로 근대과학은 인간이 자연의 원리에 따르기 보다는 자연을 인간에 맞게 「양적으로 조작해」 인 간을 위한 자연으로 만든다고 비판받는다.
이같은 비판에 입각해 물리학계에서는 동양사상에서 새로운 과학모델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상대성 이론과 양자이론으로 대변되는 현대물리학은 물체의 운동을 상대적인 것으로 보며,물질세계도 고립적인 원자들의 기계적 결합이 아니 라 정신과 물질,물질과 에너지를 연속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 논의는 단순히 새로운 과학의 모델을 모색하는 것에 그치지않는다.서구의 합리주의 문명을 넘어선 새로운 문명 가능성이 동양적 사상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문명론으로 확대된다.문명론의 관점에서 볼 때 동양사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자 연과 인간의 조화」로 요약될 수 있다.자연을 획일화해 착취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성 속에서 파악하며,인간을 일정한 목적 아래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윤리적인 자아로 본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주관적 체험에 의존해 입증될 뿐 아직개념화되지는 못하고 있다.이런 이유로 개념적으로 분명하지 않은것을 빌미로 그곳에 마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신비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비판받는다.
이런 비판에는 근대과학의 성과가 그것의 부정적 효과 때문에 완전히 무시될 수 없다는 생각이 포함돼있다.인간이 세계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한 물질의 기계적 법칙으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새로운 과학 모델도 근대적 과학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아닐 것으로 본다.
특정 논제가 제시될 때 학생 스스로가 완전히 독창적인 논변을구사하기는 쉽지 않다.자칫 잘못하면 주관적 궤변이 될 수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제에 포함된 주제에 대한 지식이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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