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韓.美 共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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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 투 코리아(go to Korea)」는 「한국에 간다」는뜻이다.이 말은 52년 대통령후보였던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으로뽑아주면 한국에 가 한국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한데서 유래한다.지금와서는 「한국에 가는 것」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짓는다」는 정치용어로 자주 쓰인다.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나들이때 한국에 들르는 이유의 하나는 주한미군에 대한 고려다.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야전복차림으로 미군들과 어울려 이들을 격려하는 일은 득표전략에도 도움이 된다. 클린턴은 4월 일본을 방문하면서 일정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한국방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선거용」 고려와는 거리가 있다.실제 클린턴은 외교문제를 선거전략으로 삼는 모험을 삼가고 있다. 「삼각망 (三角網: Triangulation)」속의 고독으로 표현된다.민주당내 진보세 력 으 로 부터(from) 자신을 차단하고,공화당의 전통보수에 맞서(against) 거리를유지한다.그러면서 의회의 양대 정당 위에(above) 초연한 입장을 견지한 다.선거에 임하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몸가짐이다. 북한에 대한 2백만달러 식량지원은 대통령의 직권사항으로 의회의 승인을 요하지 않는다.미국의 관심은 북한의 식량난이가져올지도 모를 「최악의 돌발사태」를 막아보자는데 있다.「베를린 공수(空輸)」에 비길 정도로 한계상황에 입각한 고려 다.우리 정부의 상황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남북한 문제는 두 당사자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현실적 고민이 있다.한국과 미국.일본을 하나로 묶는 1차원 방정식일 수없다.두 나라가 문제인식과 입장을 같이하며 돕는다는 뜻에서의 한.미 공조(共助)지만 상황인식과 이해(利害)관 계가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입장의 차이나 이견(異見)이 있는데도 「인식을같이했다」는 식의 「국내용」 발표로 우리쪽이 얼버무리는 습성이더욱 문제다.이런 공조는 불신만 조장한다.하와이에서의 「공동인식」이후 9일만에 나온 미국의 일 방적 지원결정이 그 단적인 증거다. 한국과 미국이란 서로 다른 「악기」가 조율을 통해 아름다운 화음을 빚어내는 협연자로서의 공조가 제격이다.「삼각망속의 고독」까지는 못가더라도 외교적 대응만은 선거전략 등 「국내적 고려」에서 초연시키는 분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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