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부들의 좁은 집 이용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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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 주부들은 물건을 수납하는데 귀재다.시골로 가면 달라지지만 도쿄(東京)시내에 있는 집들은 3LDK(방2개,거실1개)가보통이다.조금 넓다고 해야 4LDK(방3개,거실1개)다.20평이 채 못되는 곳에서 평균 4인 가족이 산다.실 내 공간이 비좁은 만큼 늘 수납공간 부족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다.그래서 일본 주부들의 가정 인테리어 제1조는 「수납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깔끔한 실내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결혼 9년째인 후지 미와코(藤美和子.35)는 『국교3년,1년인 딸과 아들의 장난감을 쉽게 꺼내 쓸 수 있으면서도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게 넣어두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NTT사원아파트인 그의 집은 지은 지 오래된 탓에 방 2개와 부엌.화장실.욕실로만 이뤄져 있다.거실겸 안방은 넓게 보이기 위해 텔레비전용 가구만 놓여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의 수납 비밀은 벽장활용.방바닥에서 천장까지 2 남짓한 높이의 벽장 속에 장난감들이 숨어 있다.벽장을 위,아래층으로 나누는 받침대 아랫부분에 그물망을 치고 그다지 무겁지 않은 작은인형들이나 미니카 등을 담아둔 것.그는 너비 1 0㎝정도의 벽장 받침대 전면에도 예쁜 색상의 종이봉투를 나란히 붙여두고 영수증이나 가게에서 서비스로 주는 쿠퐁들을 모아두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사토 준(佐藤順.24)도 수납공간의 대부분을 벽장으로 해결하고 있다.위 아래로만 구분돼 있는 벽장을 위 아래는 물론 좌우.전면.후면 등 6개 공간으로나누어 활용함으로써 벽장 안을 1백% 활용한 것 .의복과 책을넣어둔 것은 물론 CD.스카프 등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짭짤하게 수납하고 있다.
일본 주부들의 「수납공간 짜내기」의 원천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죽어버린 공간」을 알뜰하게 찾아내는 것.
장롱과 같은 큰 가구를 사용하지 않는 일본 가정에서는 대신 서랍이 많이 달린 서랍장을 애용한다.「서랍장에는 옷가지를 담는다」는 도식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첫서랍은 화장품,둘째서랍은 CD,셋째서랍은 란제리,넷째서랍은 손수건과 스카프하 는 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수납계획을 세운다.
전화대에 달린 서랍에 전화메모지가 아닌 잡화를 넣어두는 것은물론 셔츠나 블라우스를 넣어두는 가정도 있다.
이때 가장 애용되는 것이 용도에 적합한 칸 나누기.서랍의 깊이와 같은 것으로 작게 나누어진 케이스에 작은 물건들을 정리해수납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보기도 좋고 찾기도 쉽게 한다.속옷이나 양말들을 약간 딱딱한 종이로 물결형 으로 구획지어넣어두는 것은 그 한 예다.
여닫이 문 안쪽이나 빈 벽면,침대밑 공간 등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데도 주부들은 솜씨를 발휘한다.
마쓰모토 다에코(松本多惠子.38)는 국교5년생인 아들의 침대가 방바닥으로부터 25㎝떨어진 것을 보고 쓸모없어진 서랍장에서서랍 두개를 빼내 침대밑에 두고 문방구나 취미용품 등을 담아두도록 했다.『서랍을 침대와 같은 색으로 페인트칠 했더니 침대의일부분처럼 보여 훨씬 깔끔해졌다』는 설명.
좁은 주거공간을 알뜰히 활용하는 일본주부들의 인테리어 감각에서 역시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임이 느껴졌다.
도쿄=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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