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방송출연기>SBS "젊은 인생"출연 조영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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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노래실력들이 모두 대단하신데 그중 장원은…조영석 할아버님이십니다.』 지난해 5월 SBS-TV 『젊은 인생』 프로그램에 노래방 신청을 한지 7개월만에 방송사로부터 출연통지를 받았다.
부랴부랴 가요 테이프를 구해 연습을 시작했다.아무도 없는 텅빈 대낮 거실에서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는 모습은 내가 봐도 가관이었다.
5대째 기독교 신앙가족이어서 찬송가나 성가는 많이 불러봤고 평소 목소리에도 자신이 있었던 터였다.하지만 막상 닥치니 그 흔한 노래방에라도 미리 가봐둘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
그러나 내 노래실력이 어느정도 되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부딪쳐보자는 오기로 집에서 연습을 마쳤다.
서울양평동 스튜디오를 가는 날은 유난히 무더웠다.정장을 한 탓에 온몸에 땀이 축축이 고여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조마조마,안절부절….『에라,이럴때 맥주라도 한잔 마셔 용기를 내보자』는 생각에 평소엔 마시지도 않던 캔맥주를 매점에서 사 단숨에 들이켰다.
하지만 마음이 진정되기는 커녕 가슴이 더욱 울렁거리는데다 목이 마르고 입술이 타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아닌가.
출연시간은 임박했는데 물은 없고,손에는 땀이 비질비질….
실로 보통학교 학예회때 독창을 해 박수받았던 이후 59년만의무대였다.정중히 인사하고 악단반주에 맞춰 실향민인 나의 애창곡『꿈에 본 내고향』을 구성지게 불렀다.처음 마이크를 잡다보니 입과 마이크 사이가 벌어지고 조명도 무더워 생 각만큼 소리가 안나오는데다 마지막 부분의 가사 「마냥 그리워」를 「차마 못잊어」로 바꿔 부르는 실수마저 저질렀다.
하나 마지막 순간 수많은 관중의 환호속에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는 기분이라니.이를 계기로 기독교방송의 45분짜리 방송대담 『새롭게 하소서』에 단독출연하는 영광까지누리게 되었으니 이 모두 평생의 좋은 추억거리로 간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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