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망명-외국으로 몸을 피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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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망명(亡命)이라면 정치.종교.사상 등의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느껴 국외로 몸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亡命을 「도망하여(亡)목숨(命)을 부지하는 것」쯤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亡은 무(無.없애다),命은 명(名.이름)으로 「제명(除名)」인 셈이다.옛날에는 사람이 亡命하면 명적(名籍.명부)에서 이름을 삭제(削除)했는데 그것이 亡命이었다.
지금의 제명처분(除名處分)과 같다고나 할까.그러니 본디 亡命은「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었다.
비록 亡命의 본뜻은 달라졌지만 그 목적은 예나 지금이 다르지않다.조국이나 상관(上官)에 대한 일종의 배반(背反)과 다름없으므로 남아있다가는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亡命을 통해 더욱 큰 뜻을 이룬 예도 없지 않았다.이미 설명한 바 있지만 「족하(足下)」와 「한식(寒食)」의 고사를 만들어낸 춘추시대 진(晋)의 중이(重耳)는 애첩 여희(驪姬)에게 빠진 아버지(獻公)로부터 생명과 삭작(削爵 )의 위협을느껴 무려 19년간이나 亡命생활을 한 끝에 귀국해 마침내 진나라의 제후(晋文公)가 됐다.
亡命의 목적이 무엇이든 또 그 결과가 어떻든 국가나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反證)한다.요즘 북한을 탈출한 탈북(脫北)망명자가 속출하고 있다.비록 그들에게 중이의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이 「흔들리고」있는 것만 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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