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호남정유 장윤희 공수에서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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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작은 거포」장윤희(170㎝.호남정유)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스물여섯의 독실한 크리스천 장윤희에게 「최악의 성탄선물」을안긴 지난해 12월25일도 그랬다.
대회 6연패를 향한 첫발을 내딛으려던 그날 오후,그는 네트 저쪽 「춤추는 검은 유니폼들(한일합섬)」을 뒤로한 채 서울잠실체육관을 나서면서 어금니를 깨물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남짓,스파이크포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어온 그에게 설욕의 날은 왔다.
호남정유는 5천여 고향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펄펄 난 장윤희의 강력한 스파이크에 힘입어 96배구슈퍼리그 2차대회에서 한일합섬을 3-0으로 일축,1차대회 첫게임 역전패의 아픔을 되돌려줬다(28일.전주실내체).
장윤희의 스파이크는 품격부터 달랐다.한일합섬의 반격이 시작되는 고비마다 어김없이 터져나온 그의 스파이크는 호남정유 승리의밑거름이었다.
1세트를 15-6으로 내준 한일합섬이 6-0으로 뒤진 2세트에서 추격의 첫단추를 푸는 1점을 따내자 장윤희는 기다렸다는 듯 대포같은 왼쪽스파이크를 휘갈겨 한걸음 더 달아났다.
공격 뿐만 아니었다.2세트 막판 김남순.박미경.김남순으로 이어진 연속 세차례의 스파이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낸 장윤희는 일어서자마자 세트 마감 스파이크(15-12)를 내리꽂았다.
그렇게 3득점 19득권을 올린 장윤희는 13-13으로 팽팽히맞선 3세트에서도 절묘한 페인팅으로 득권을 추가하고 85분간의설욕 드라마를 마감하는 통렬한 스파이크를 뿜어낸 뒤 고교(전주근영여고)은사 이점세선생님이 전해주는 MIP트 로피를 가슴에 안았다. 「제2의 장윤희」를 꿈꾸는 정선혜(174㎝)도 5득점12득권을 올리며 분전했고 장신센터 홍지연(187㎝)도 전매특허인 속공을 아홉차례 성공시켜 이날의 설욕전을 뒷받침했다.
남자부 고려증권은 한양대를 맞아 얕잡아보다 15-9로 첫세트를 내줬으나 2세트부터 조직력이 서서히 살아나면서 3-1로 역전승,연승행진(1차대회 7승 포함 13연승)을 이어갔다.
전주=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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