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외교 강점 알리기 vs 오바마, 외교 불안 지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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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일 콜롬비아와 멕시코 방문길에 올랐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달 중순 유럽과 중동지역을 방문한다.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외국을 방문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나란히 밖에 나가 외교 경쟁을 펼치는 데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변화’를 기치로 내세운 초선 상원의원 오바마에겐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NBC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가 오바마게 품는 가장 큰 의심은 ‘과연 국정 운영 능력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매케인 진영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라크전을 반대한다는 말만 할 뿐 이라크엔 가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매케인이 꼬집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오바마에겐 이런 지적이 꽤 아팠던 모양이다. 그는 이라크에 갈 의향이 있다고 말하더니 이윽고 유럽과 중동 방문을 결정했다. 이번엔 프랑스·독일·영국·요르단·이스라엘을 먼저 방문하고, 이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은 오바마를 1976년의 지미 카터에 비유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으나 전국적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카터에겐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 외교를 모르지 않느냐는 등의 비판이 따라다녔다.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카터는 대선 때 이스라엘과 일본 등을 방문했다. 그의 해외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국민은 카터에게서 안정감을 느꼈다. 오바마가 노리는 것도 그런 효과다.

하원 재선, 상원 4선 경력의 매케인은 외교·국방 분야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오바마가 2006년 의회 대표단 일원으로 딱 한 번 다녀온 이라크를 매케인이 여덟 번이나 방문한 것 등이 그런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그가 콜롬비아·멕시코 등 남미 일부 국가를 찾는 건 이런 강점을 더욱 살리겠다는 의도다. 미국·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FTA를 반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오바마와 차별화된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들 나라를 선택한 것이다.

매케인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 내 라티노(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의 표도 얻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라티노의 다수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그들이 올해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한 만큼 매케인은 그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1일 공개된 CNN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50%)가 매케인(45%)을 약간 앞섰다.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와 자유당 후보인 밥 바 등이 선거전에 뛰어들 경우를 가정한 조사에선 오바마와 매케인의 격차가 3%포인트로 줄었다. CNN은 “두 사람의 지지세가 통계학적으론 막상막하”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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