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할린1세 귀국길 왜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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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4년의 한(恨)맺힌 사할린생활끝에 귀국을 결심한 사할린동포1세부부가 영주귀국허가가 나지 않자 마침내 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제 나라에 제가 살겠다는데도 재판까지 청구해야하는 이 기막힌 현실-.광복 50년이 지났는데 도 사할린동포의귀환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무성의에 부끄러움과 분노를 함께 느낀다.
정부는 그동안 소련과 국교가 없는 것을 문제해결의 가장 큰 장애로 꼽아왔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문제를 해결하지 않아온 더 큰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가가 확연히 드러났다.현재 정부는 귀국을 희망하는 사할린동포에 대해 국내에 직 계존.비속이있거나 재산정도가 국내 정착이 가능할 정도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다.한마디로 말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과연 국가가 제 발로 떠난 사람들도 아니요,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돼 이역만리에서 반세기 넘게 한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조건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사할린동포의 비극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일본에 있다.
패전직후 제나라 국민 39만명만 귀국토록 하고 우리 동포만은내팽개 쳐버린 일본의 비인도적 처사는 철저히 추궁해야 하고, 귀국비용을 포함한 피해보상을 끝까지 받아내야 한다 .그러나 그문제와 사할린동포의 귀국허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그러면 일본이 피해보상을 안하면 이들을 영영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말인가.부끄럽게도 지금까지는 그랬다.그러나 반성도 없이 그런 처사를계속한다는 것은 나라로서의 체통도 지키지 못하는 남부끄러운 짓이다. 정부는 일본의 돈으로 귀국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내 동포는 내가 구하고 봐야 한다.일본의 반성에 기대하다가 어느 세월에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사할린동포의 귀국에예산이 필요하다면 책정하면 될게 아닌가.그를 반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줄 안다.경제적 부담때문에 사할린 1세동포마저 못받아들인다면 더 더욱 큰 경제적 부담이 될 통일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사할린 1세동포는 무조건 귀국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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