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의 '언어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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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판의 「말」이 큰 문젯거리로 등장하고있다.기본적인 예의도,품위도 없는 저질의 성명이 난무하고,심지어 욕설과 인신공격이 예사로 나오고 있다.정치권이 마치 「언어공해」의 대량생산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상대당 당수를 향해 「정신이상자의 망발」이란 말이 나오는가 하면,「쿠데타원조」니 「석양의 무법자」니 하는 유치한 표현이 등장하고,「모듬회식(式)싹쓸이」따위의 말이 제대로 되는지도 의심스러운 말까지 나온다.그런가 하면 지역감정을 노 골적으로 선동하는 발언도 예사로 하고 있고,근거가 의심스러운 「음모설(說)」이니,「…라는 정보가 있다」는 따위의 폭로도 자주 나온다.
한마디로 지금 정치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준다.
선거철이면 그렇잖아도 정치세력간의 긴장이 높아지는 터에 이런저질의 언어폭력은 정당간의 관계를 더욱 불필요하게 악화시키고,선거판의 과열과 감정대립을 촉발할 뿐이다.
더욱이 이런 저질언어가 주로 각 정당의 대변인,그중에서도 「새 인물」이라고 영입된 젊은 부대변인들에 의해 양산(量産)되고있는 것은 더 큰 실망이다.기성정치권에 한줄기 청신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새 인물」들이 오히려 한술 더 떠 그전 보다 더 독랄(毒辣)하고 비천(卑賤)한 말들을 쏟아낸다는 것은 스스로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왜 그런 악역(惡役)을 거부하지 못하며,그런 저질공방에 왜 제동을 못 거는가.
정치권은 저질공방을 즉각 그만둬야 한다.더 험하고 심한 말로상대를 욕해봐야 그게 자기네의 표나 지지가 되지는 못한다.저질싸움을 할수록 오히려 표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상하고 교양있는 말까지 요구하지도 않는다.최소한의 품위와 상식수준의 말을 하라는 것이다.그리고 무엇 보다 책임있는 말을하라는 것이다.근거도 없고,뒷감당도 못할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것이 정치인의 특권일 수는 없다.자기들의 말 이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에 미칠 영향도 한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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