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표정·장면을 상상하며 읽으면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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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낱말로 ‘주제 낱말 사전’ ‘독서 낱말 퍼즐’을 만들면 집중력이 더욱 높아진다. [안윤수 기자]

방학은 학기 중 공부 때문에 잠시 미뤄뒀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이번 여름방학엔 책읽기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자. 독서가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독서교육 전문가들에게 초등학생의 창의력을 키우는 독서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창의적 생각하기=아이의 책읽기가 끝나자마자 내용을 확인하려고 질문을 퍼붓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의 생각 고리를 끊는 지름길이다. 비유와상징 세힘의 정영숙 본부장은 “엄마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되, 아이의 이야기를 평가할 게 아니라 공감하며 듣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책 내용을 아이 자신에게 적용해 보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주인공과 닮고 싶은 부분은 뭐니 하는 식으로 묻는다. 정 본부장은 “왜·어떻게 등의 의문사가 들어간 질문을 던져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반대라면? 예를 들면…’식으로 질문의 수준을 높여준다.

연상작용을 북돋워 창의력을 키울 수도 있다. 책의 내용을 이미지나 영상으로 떠올리도록 유도한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은 “인물의 표정이나 장면을 상상력을 발휘해 머릿속에 그려가며 읽으면 이해도 쉽고 창의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은 생각의 폭이 좁기 때문에 서로 의논하며 생각을 넓혀 나가는 토의방식을 권한다. 고학년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토론식이 적합하다.

◇창의적 글쓰기=책 내용에 대해 아이와 토의나 토론을 했다면 그 내용을 글로 정리해 보게 한다. 아이의 생각이 체계화된다. 독서 후 저학년은 창의적 글쓰기 방법이 좋다. 가령 결론이 분명하지 않은 책 내용의 뒷부분을 상상해 써보는 것이다. 아삭창의사고력연구소 황미용 소장은 “아이가 지어낸 얘기가 논리적 바탕이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 기사도 시도할 수 있다. 아이가 기자가 돼 책 속 주인공이나 인상 깊은 인물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엄마가 가상으로 대답을 해주기도 하고, 아이가 질문과 답 모두 상상력을 발휘해 쓸 수 있다.

책 제목으로 삼행시 짓기도 할 수 있다. 황 소장은 “책 내용을 함축해 삼행시 짓기 연습을 하다 보면 스토리를 구성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 활동=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갖가지 활동으로 유도한다. 책 속 낱말로 ‘주제 낱말 사전’이나 ‘독서 낱말 퍼즐’을 만들게 하면 책에 집중하게 된다. 책 제목이나 주제, 글감과 연관되는 낱말로 맵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떠오르는 낱말을 쓴 후 공통된 것끼리 묶으면 저절로 맵이 된다. 그 과정에서 줄거리와 내용을 정리하게 되고 어휘력도 키울 수 있다. 착한 주인공에게는 상장을, 나쁜 인물이라면 경고장을 아이가 직접 만들게 하고, 등장인물과 자신의 다른 점·같은 점을 찾아보게 하는 방법도 있다. 황 소장은 “특히 위인전을 읽은 후 책 속 인물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교훈도 얻고 존경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술활동을 응용할 수도 있다. 『강아지똥』(길벗어린이)을 읽은 후 스케치북에 변기를 크게 그린다. 그 안에 그동안 슬펐던 일, 잊고 싶은 것, 나쁜 버릇 등을 써 넣는 식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동요나 유행가의 가사를 책 내용으로 바꿔 불러보게 하면 꼭 필요한 내용을 추려야 하기 때문에 주제와 느낀 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글=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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