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군 徐씨 한맺힌 1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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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0년5월18일.광주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徐모(36.광주시대인동.안양교도소 수감중)씨는 스무살의 꽃다운 나이로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에 있었다.그리고 목숨을 건 10여일간의 민주화투쟁도 아랑곳없이 도청을 지키다 5월27일 계엄 군의 전남도청 재진입과정에서 붙잡혔다.꿈많았던 徐씨의 인생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계엄군에 의한 77일간의 혹독한 고문은 徐씨를 피해망상증등 2급 정신질환자로 만들었으며 끝내 폭력전과자로 내몰았다.
밤이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가 꿈에 나타나 괴롭혔고 계엄군의 총탄에 심장이 파열되는 악몽에 잠을 깨기 일쑤였다. 이같은 악몽을 잊기 위해 徐씨는 87년 고향을 떠나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했지만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다.가정생활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넉넉했던 가세도 기울었다.
徐씨는 직업도 없는 정신질환자라는 자책감 때문에 아내에게 먼저 이혼을 제의,아내와 두살배기 아들을 떠나 보냈다.
정보기관원이 자신을 미행.감시하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徐씨는 주위 사람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일곱번이나 폭행 혐의로고소당했다.일자리도 못구해 전전하던 徐씨는 급기야 지난해초 시비끝에 길가던 사람에게 전치10일의 상처를 입 힌 것이 화근이돼 또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검찰은 徐씨에게 치료감호 1년을 청구했고 치료감호를 받게 해달라는 徐씨 누나(38)의 탄원까지 받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해9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이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金東建부장판사)도 24일 徐씨의 항소를 기각 ,앞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공주치료감호소로 가게 된다.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려는 徐씨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徐씨를 석방한다해도 치료받을돈이 없어 차라리 치료감호소에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이 재판부가항소를 기각한 이유다.
『全.盧씨등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뒤늦게나마 법의 심판대에 올랐지만 자신의 양심에 충실했던 동생의 인생은 어디에서 보상받나요.』 가족중 유일하게 徐씨를 이해하고 보살펴 온 막내 누나의항변이다.
◇치료감호란=심신장애자,마약.알콜중독자등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에 수용,정신질환이나 중독증세를 치료하도록 하는 보호처분의 하나다.
형벌과 함께 선고하여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후 추가로 치료감호소에 수용하기도 하나 최근에는 형을 선고하지 않고 치료감호만선고하는 추세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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