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평화유지활동 이스라엘,독일에 파병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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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때 점령군으로 악명을 날렸던 독일군이 이제는 평화유지군으로주가를 올리고 있다.
독일군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일원으로 보스니아 평화이행군(IFOR)에 파견된데 이어 이번에는 골란고원 파병을 이스라엘로부터 요청받고 있다.독일군은 이미 소말리아와 캄보디아에서도 평화유지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패전국 군대로 해외파병에 극도의 제약을 받던 독일군의 상황이변한 것은 지난 94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NATO 지역 밖에대한 파병도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놓은 다음부터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마리브지는 최근 이스라엘-시리아간 평화협상의 최대장애물인 골란고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시몬 페레스 총리가 독일군 파병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리아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지나치게 밀착돼 있어 골란고원에 미군이 진주하는 안에 대해 탐탁지않은 반응을 보여왔고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평화유지군에 미군 대신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의 파병을 대안으로 고려해왔다.
그러나 2차대전중 유대인을 대량학살했던 독일이 비록 평화유지군 형태이지만 피해 당사국인 이스라엘에 파견된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5일 뮌헨을 방문하는 페레스 총리는 헬무트 콜 독일 총리,폴커 뤼에 국방장관 등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93년에도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페레스는 독일군이 중동에파견되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독일측의 반대만 없다면 이 문제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독일정부측은 이스라엘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제의가 없었지만 협력을 요청해오면 독일군의 중동 파견을 호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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