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패자뿐인 경제단체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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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무역협회(무협)가 외국과의 통상문제를 민간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한 민간통상활동문제를 둘러싸고벌인 「영역싸움」은 일단 백지화됐다.
전경련은 4개월전부터 준비해오던 「국제통상특별위원회」 총회개최 예정일을 이틀 앞둔 22일 무역협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백지화된 국제통상특위는 업종별로 통상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키위한 범재계 특별대책기구다.굳이 따지자면 외형상 무협이 승리했고 전경련이 패배한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씁쓰레한 뒷맛만 남긴패자뿐인 싸움이었다.
전경련이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작년 10월께부터다.당시 전경련 회장단들은 비난이 높았던 한.미자동차협상 결과를 보고 민.관의 사전협의 부족등을 포함한 민간대외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국제통상특위 설치는 이런 분위기 속에 추진돼 왔다.재계가 이 기구의 설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었다.그러나 무협측과의 사전조율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결국 이것이 사업계획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무역협회는 작년 10월 전경련의 계획이 신문지상에 보도됐는데도 그간 바라만 보고 있다 막상 총회개최가 눈앞에 다가오니 느닷없이 재를 뿌렸다.
『사전협의가 없고 업무가 중복된다』는 게 이유였다.그러나 무협은 제 할 일을 제대로 해왔느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간 민간차원의 대외통상활동을 제대로 해왔으면 전경련이 왜 범재계 차원의 민간조직을 별도로 추진했겠느냐는 것이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통상문제에 민.관 모두 힘을 합쳐도 벅찬데 민간경제단체들이 밥그릇싸움을 벌인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깝다.
김광수 경제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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