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한국상품>2.남미 직물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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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미시장이라면 으레 한 등급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에 물건을 보낼 때는 절대로 그렇게 허술하게 안할 거예요』『포장이나 뒷마무리가 엉망일 때가 많아요』『소량주문은 아예 안중에도 없습니다.납기를 제대로 지키는 때가 드뭅니 다.』 남미시장에서 자동차.가전제품 등과 함께 3대 주력상품으로 꼽히는 한국산직물 수입업계의 「아우성」들이다.
이들의 지적은 다시 한마디로 요약된다.『(한국산이) 품질은 괜찮으나 관리는 엉망』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국산직물 수입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안토니오 A 제미아(34)는 한 해 70컨테이너,액수로는 5백만달러 가량을 취급한다.
그가 한국산 수입품중 클레임을 거는 비율은 10%쯤.문제는 그의 말마따나 클레임의 대부분이 실수나 기술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성의」에서 비롯된다는 데 있다.
『포목을 감는 활대가 너무 약해 원단이 흐트러져 있는 경우가많다.새로 감아 팔아야하니 이중 품이 든다』.역시 한국산원단을수입해 파는 페루리마의 호세 페레이(콘그레타 인터내셔널 대표)가 토로하는 불만이다.프랑스제나 일제의 경우 원단포장 겉에 해당원단의 원사.색상.길이.세탁상 주의점 등 상세한 설명서를 붙여놓는데 『한국 것은 운송과정에서 떨어졌는지 안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제품내용을 알려면 일일이 뜯어 봐야 할 때가 많다』는 것도 큰 불만이다.
상파울루의 직물수입상 루아 토니도(쉐코사)는 또다른 「무성의」를 지적한다.브라질에서는 원단판매에 미터법을 쓰는데 한국제품은 미국시장을 기준으로 삼아서인지는 몰라도 꼭 야드단위로 표기한다는 것.
물건 자체에 대해서는 더 다양해야 한다는 충고가 가장 많다.
유럽업계의 경우 소비자의 감각을 파악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남미에 상주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지만 한국업계는 아직 「강건너불」이다.
이런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산직물의 성가는 아직 높은 편이다.소비자들도 품질 자체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는 데 인색치 않다.
그러나 이같은 「버릇」들이 언제까지나 허용될 수는 없다.잘못된 끝마무리 하나가 그동안 누려 온 직물수출의 안정기반을 허물어 뜨리는 화근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파울루.리마=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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