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공동개최,기대와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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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월드컵의 남북한 공동개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순수한 의도에서 성사(成事)를 전제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환영할 일이다.남북한 교류와 민족화합의 계기가 될 수 있을 뿐더러 당장일본과의 유치경쟁에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공동개최 가능성 타진에는 검토해야 할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다.우선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다.이미 우리측은 월드컵유치신청 마감전에 북한과의 공동개최의사를 여러차례 밝힌 일이 있다.그러 나 우리가 단독으로 유치신청을 해 개최지결정이 임박한 막바지에 북한은 처음 반응을 보이고 있다.그것도 공동개최문제를 협의해야 할 상대인 우리가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에 물어보는 형태다.따라서 북한이 정말 공동개최의사가 있다면 우리측에 직접 제의하는것이 순서다.
그런 다음에도 문제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북한의 제안이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한 것이다.개최지결정을 위한 FIFA의 집행이사회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남북한 당사자들이 모여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이미 여러차례 있었던 남북한 체육관련회담이 실패했던 예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이 공동개최문제로 우리를 붙들어 놓고 지지부진하게 회담을 이끌어 월드컵 유치에 실패하도록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남북한 단일팀 구성문제에서부터 관중의 통행로및 왕래범위,개회식과 폐회식의 장소 등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진정으로 월드컵 공동개최의사가 있다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성공가능성이 점쳐지는 우리의 월드컵유치노력에 업혀 어부지리를 보겠다는 속셈이든,대회 수익금을 노리는 계산이든, 국제적인 인기만회를 위한 정치적 속셈이든 상관없는 일이다.공동개최과정에서이뤄지는 남북한 교류와 민족화합의 과실(果實)이 더 없이 값지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의 제의가 진심이길 바라면서 사태추이를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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