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불만제로 ‘자폭유리그릇’편 “투명한 실험하기 전엔 방송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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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6일 밤 방송된 MBC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는 예정된 ‘자폭유리그릇’ 편 대신 ‘저가 소파의 실체’ 편을 내보냈다. 25일 오후에 방송 예고편이 나간 터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자폭유리그릇 편을 왜 방송하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불만제로가 하루 만에 방송 소재를 바꾼 연유는 뭘까.

내열강화유리 업체인 삼광유리공업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 26일 받아들여졌기 때문. 법원은 이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실험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방송을 중지한다. 이 내용을 방송·광고·인터넷 등에 게시하면 위반행위 한 번에 1억원씩을 신청인에게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자폭유리그릇’ 편은 일부 내열강화유리 용기가 갑자기 파손돼 파편이 날면서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 내열강화유리 용기를 사용하다 저절로 깨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내열강화유리 용기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삼광유리의 제품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회사 제품으로 실험을 했다는 점도 분명하지 않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삼광유리 측은 “예고편을 본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아무런 충격이 없는데 제품이 깨졌다는 것은 우리로선 믿기 어렵다. 파손 때 파편이 튀는 정도는 일반유리보다 강화유리가 덜하다”고 주장했다.

MBC 측은 “피해를 본 소비자가 있는 이상 그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온당하다”는 입장이다. 불만제로의 임채유 책임프로듀서는 “한국화학시험연구소·KAIST 등 믿을 만한 기관에서 파편이 날아가는 정도를 실험했다.업체 이름을 익명 처리해 회사 측 피해가 클 것으로 보지 않았다”며 법원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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