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기도입에도 시민단체 참여시킨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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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내년부터 무기획득.방위산업 업무 시행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요 의사결정 회의에 참관하기를 희망하면 이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각종 부조리를 차단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더욱 심각한 부작용과 폐해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고돼야 한다.

그동안 군이 주도한 각종 무기도입 사업에서 부정이 만연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 '국방획득청'의 신설이다. 민과 군에서 발탁된 전문성 있는 인사들이 현재 국방부와 3군에 산재해 있는 무기.군수물자 도입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토록 해 투명성은 물론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획득청 업무에 '시민감사'제도를 도입하겠다니 정부 내의 그 많은 감사기관은 손 놓고 있겠다는 것인가.

우선 의문이 드는 것은 최첨단 무기 도입 분야에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성을 시민단체가 어느 정도 갖고 있느냐다. 예를 들면 공중조기경보기를 구입할 경우 가격이나 성능에서 국익에 맞는 기종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이 분야에 수십 년 종사해온 사람도 제대로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각종 무기의 원가 계산만 해도 시민운동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기밀유지를 요구하는 신무기 구입을 이런 식으로 공개한다면 무기의 제원이나 성능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한마디로 국방부의 시민단체 눈치보기다. 이 정부 출범 후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어디에나 개입하는 풍조와 연계되어 있다. 이제는 무기구입에까지 시민단체 바람이 몰아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선 시민단체가 관여하지 않으면 어느 분야든 '투명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시민단체는 도대체 누구에게서 그러한 권한을 위임받았는가. 그렇다면 정부 조직인 감사원, 국방부 감사관실은 물론 국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국방부가 '정권 차원의 일이니 할 수 없지 않으냐'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누가 안보를 믿고 맡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