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헌특위 조속히 구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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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앙일보 설문에 응한 국회의원 224명 중 182명(81%)이 18대 국회에서 개헌해야 한다고 답했다. 182명이면 개헌 의결선인 재적 3분의 2(200명)에 육박한다. 개헌 지지는 여야 구분 없이 높다. 개헌 연구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가입한 의원도 26일 현재 112명이다. 국회의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의장이 되면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 여야가 개헌 합의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에서도 개헌 논의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정권 초기 국력이 개혁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국가적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주로 이 점을 거론한다. 그러나 최근의 국정 난맥을 보면 오히려 개헌론이 설득력을 더 얻을 수 있다. 국가 운영의 근본적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5년 단임이어서 대통령이 독선으로 내달리고,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청와대와 내각의 관계가 분명하지 못해 국가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제하에서 4년 중임제나 내각책임제, 또는 총리와 대통령이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부제 등 어느 것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검토가 시작되어야 한다.

쇠고기 정국을 수습하고 국제 경제환경에 대처하며 민생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일은 그 일대로 매진하면서 정치권은 국가의 근본대계(大計)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원이 되는 대로 여야는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정부도 국회의 개헌 논의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계나 언론도 개헌 논의를 위한 효과적인 장(場)을 제공할 수 있다. 개헌의 모든 절차는 늦어도 2010년 지방선거 전에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0년과 2012년 선거의 바람에 휘말리면 개헌은 또다시 시기를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