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올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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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챙겨봐야 할 지표가 늘어난다는 건 뭔가 꼬인다는 얘기다. 온통 미국에 쏠려 있던 세계 투자자의 눈이 이번엔 대서양 건너 유럽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다. 신용위기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9월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 행진도 일단 멈췄다. FRB는 이어 발표한 성명에서 전에 비해 경기 침체 우려를 덜 강조하고,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은 키웠다. 물가 때문에 긴축을 하긴 해야겠는데 경기가 나빠 당장은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까진 예상대로다.

문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이다. 다음달 3일 열릴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현재 4%인 금리를 소폭 올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앞서 유럽이 금리를 올리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추락한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기 어려워진다. 달러 약세를 노리고 국제 원자재 시장에 몰려든 투기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작아진다. 배럴당 130달러대인 국제 유가의 고공비행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이달 초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다음 회의(7월) 때 기준금리를 소폭 움직일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자 달러 가치가 추락하고, 국제 유가는 수직 상승한 전례가 있다. CJ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양쪽 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올리더라도 미국이 먼저 올려야 한다”며 “세계 경제를 위한 미국·유럽의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먼저 금리를 올리면 한국 같은 원자재 수입국에는 좋을 리가 없다.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트리셰 총재가 25일 금리의 연속 인상은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시사한 점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유럽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친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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