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薦은 공천답게 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금 각 정당이 벌이고 있는 공천작업은 심하게 말해 공천 아닌 「사천」(私薦)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공천이라면 말 그대로 일정한 공식절차와 과정을 거쳐 당(黨)이 공식적으로후보를 추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그러나 실제로는 당수(黨首)가 전권(全權)을 휘둘러 아무런 공식절차나 과정을 거침이 없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은 아직 공식적인 공천심사위를 구성하지도 않았고,공천기준을 발표하지도 않았다.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공천기준을 먼저 밝히고 공천신청을 받은 다음 공천심사위가 심사를 한후 공천자를최종결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그러나 각 정당 은 공천의 이런 절차를 무시한채 이미 공천자들을 내정해 본인에게 통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밀실공천방식이 비민주적임은 물론, 당의 공식기구나 간부.당원들을 모두 소외시키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공천이 되고,안되는지를 알 수 없게 되니 탈락자들이 결정에 승복할 수 없게 되는 현상도 안나올 수 없다.벌써정당마다 탈락에 항의하는 시위와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공천기준 부재(不在).공천과정의 불투명성이 큰 원인이다.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심사과정을 거쳐 공천한다면 왜 이런 잡음이 나겠는가. 선거법과 정당법에는 정당의 후보추천은「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엄연히 규정돼 있다.또 정당마다 공천절차를 규정한 당헌.당규가 있다.이런 법과 규칙을 만들었으면 당연히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사당성(私黨性)이 우리 정당들의 크나 큰 문제점이 되고 있지만 당수들의 독단적 공천권행사야말로 공당성(公黨性)과 정당 민주주의에 가장 어긋나는 것이다.
각 정당은 지금부터라도 밀실공천을 중지해야 한다.당 공식기구에서 공식으로 공천기준을 의결,발표하고 공천심사위를 설치해 선별작업을 해야 한다.원칙적으로는 지역당원 또는 대의원들이 자기지역 후보공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나 선거가 임 박한 지금 그렇게까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객관적 공천기준과 투명한 심사과정은 있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