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선거와 컴퓨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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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정치인 가운데 컴퓨터를 통한 정보통신망 이용에 가장 능숙한 사람은 앨 고어 부통령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그리고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등 셋이 꼽힌다.지난해초 뉴스위크誌는그중에서도 누가 가장 빠르고 능숙한가를 알아보려 세사람에게 동시에 전자우편 메시지를 발송했다.그 결과 고어의 응답이 가장 빨랐으며 관련자료에 관한 다른 정보까지 제공하는등 가장 충실했다.그는 「정보고속도로」의 개념을 최초로 주창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은 정치활동이나 선거에 대비해 컴퓨터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꽤 늘어났지만 92년 대통령 선거때만 해도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 방식이 처음 거론되자 그것은 마치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처럼 받아들여졌다.그래도 클 린턴의 당선에 컴퓨터가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인터네트를 통해 자신의 정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94년 여름 중간선거때 케네디등 상당수 출마자들이 클린턴의 방식을 그대로 본뜬 컴퓨터 선 거운동으로 당선할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이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우선 각종 광고등 선거운동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발이 부르트고 목이 쉴 정도로 뛰어다니며 연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그리고 공식.비공식적인 모금활동을 벌일 필요가 없 다는 점 등이다.특히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방송을 통한 정치활동 규제조항이 컴퓨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에까지 미치지 않고있다는 점이 컴퓨터 선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컴퓨터는 이미 실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깊숙이침투해 있지만 아직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이용되는 단계에 들어서지는 못하고 있다.지난해 6.27선거때 무선호출기.휴대폰.카폰등 첨단장비들이 선거운동에 이용됐다 해서 화제 가 될 정도였으니 좀더 두고봐야 할 것같다.
하지만 몇몇 젊은 정치인들은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컴퓨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머리를 짜내고 있다.이미 유권자 관리를 컴퓨터에 의존하는 정치인도 상당수에 이르는데미국처럼 선거운동에 컴퓨터 이용이 보편화되면 우 리네 선거문화도 조만간 획기적 변화를 겪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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