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10代 모방자살 왜 일어나나-건전 '팬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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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빠부대」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농구선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밤새 기숙사 앞에서 서성이는 것은 그들을 만나고픈 욕구가충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는 안해요.』 운동선수.연예인등을 동경하는 일부 극성 팬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성숙한 오빠부대」가 되고자 하는 팬클럽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기아자동차 농구팀 팬들이 모여 만든 「열녀문(烈女門)」.
열녀문은 15명의 임원진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논의하고 회원 200명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기 위해 음성사서함을통해 선수들의 근황.생일모임 계획.육성등을 들려준다.
밤늦은 시간까지 선수숙소를 기웃거린다든지 학생의 본분에 어긋나는 지나친 행동은 서로가 주의를 주며 자제한다.또 회사측의 협조아래 선수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회원들간에 학업에 대한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열녀문 회장 정지혜(鄭智惠.17.태릉고1)양은 『솔직히 지난해까지는 「오빠」를 향한 환상에 사로잡혀 모든 가치관이 흔들렸던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극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학생다 운 성숙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기아자동차 농구팀 관계자는 『이전엔 10대 팬들을 보며 「제대로 생각이 박힌 아이들인가」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10대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탓하기 전에 그들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니 오히려질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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