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各論 뒤따라야 할 국정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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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짧은 시간에 국정의 각 분야를 포괄적으로 언급하다 보니 지나치게 원론적으로 흘러 구체성이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상이다.그리고 국민이나 정치권에서 궁금해하고 쟁점으로 삼고 있는 대선자금문제나 정치권 사정,여당의공천기준 등에 대해서도 시원한 설명과 방향제시가 없었다.기자회견을 통한 일문일답(一問一答)이 있었던들 자연스레 언급할 수 있었던 문제를 그냥 지나치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또 대통령이 혼자 한 연설인 관계로 배석자도 없고,문답이나 박수도 없어 왠지 행사자체가 허전하고 일반의 관심도 기자회견때에 비해 훨씬 떨어진게 사실이었다.그런 점에서 정부는 대통령이총론적으로만 밝힌 국정방향에 대해 그것을 뒷받침 할 구체적 정책과 실천방안에 관한 각론(各論)을 조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그리고 청와대 역시 예고한대로 가까운 시일안에 기자회견은 회견대로 열어 국민의 궁금사와 미진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게 좋겠다.
우리는 대통령의 연설중 오랜 기간 정치권의 쟁점이 돼온 정치자금대목에 특히 주목하고자 한다.金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까지 자신도 돈을 받았음을 시인하고,어떤 정치인도 이러한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같은 시기의 같은 관행에 대해선 여야를 불문하고 처벌이나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또 과거의 관행이 잘못이긴 하지만 아직 그것이 완전 개혁되지는 않은 상태고,정치활동을하자면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정도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할 때 정치권사정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정치권사정문제가정국경색과 여야대립의 큰 원인인만큼 당국은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 관련해 앞으로의 방침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 우리가 유의(留意)하는 대목은 공명선거를 위해 여야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이다.지금껏 여야관계는 문민정부라 하면서도 과거보다 더 경색.악화된게 사실인데,우리는 대통령의 이 발언을 계기로 대화.타협.절충하는 정치의 본래기능이 회복되길 기대한다.당장 선거를 석달 앞에 두고도 선거구조정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지금 정치가 얼마나 옹색하고 유치한지알만하지 않은가.
우리는 대통령의 연설내용이 모두 심사숙고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제 실천과 추진을 전제로 해 나온 것으로 믿는다.앞으로 정부.여당이 어떤 방법과 정책으로 실천해 나가는지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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