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북한에 ‘김정일-김정철 부자 정권’ 탄생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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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이 4~5년 이상 권좌에 머물게 된다면 사망한 전처 고영희의 자식인 김정철과 공동 통치하는 ‘父子 통치’ 시대가 개막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 관계연구실장은 23일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북한연구소(소장 민병천) 주최로 열린 ‘북한의 미래와 대북 정책방향’에서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시기는 2012년부터다. 김 위원장이 70세가 되는 해이자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이기 때문이다. 정철의 나이도 31세로 적당하다. 이는 김정철이 김 위원장의 자리를 이어 받게된다는 뜻이다. 그 동안 지배적인 견해였던 ‘성혜랑의 장남 김정남 승계설’과 다른 얘기다.

‘김정일-김정철 부자 통치설’의 핵심 근거는 고영희가 2004년 5월26일 프랑스에서 유선암으로 사망하기 전 ‘궁중 암투’를 통해 김정철을 든든한 반석에 올려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사망한 두 전처 성혜랑과 고영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사랑의 차이’가 핵심 변수다. 성은 1970년대에 5년만 같이 살았지만 고는 76년부터 28년을 같이 살았다. 진짜 사랑의 대상은 고영희이며 따라서 아들에 대한 사랑도 성혜랑의 아들인 정남에서 점차 정철로 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남의 위상은 진짜 장남이 아니라 왕조시대의 서장자(庶長者)라는 것이다. 진정한 적자(適子)는 고영희의 장남 정철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받는데 최고 유리한 조건이다.

둘째 요인은 고영희의 ‘작업 승리’다. 2002년 북한군 내부에서는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또는 ‘존경하는 평양의 어머님’‘항일 녀성 영웅 김정숙 동지와 꼭 같은 분’등으로 치켜세우는 움직임이 있었다. 고영희는 군내의 정치사상ㆍ교양뿐아니라 전투훈련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했다. 국모처럼 받들어진 것이다. 성혜림에겐 이런 상황이 없다. 따라서 정남보다 고영희의 아들 정철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군 인맥 장악 가능성이다. 이 또한 고영희의 승리에서 비롯된다. 군은 북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 기반이다. 당에서 본부당과 군사를 장악하고 있는 리제강ㆍ리용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그 중 핵심인물이다. 그들의 행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열쇠는 과거 두 사람이 고영희 편에서 ‘후계자의 한사람’인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의 직무 정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이다. 이런 경험은 두 사람과 정철의 연대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정 실장은 김정남과는 달리 김정철은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비롯한 각종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김정철은 군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주체의 영군술’을 비롯해 군사학을 극비리에 공부했으며, 이 특설반은 고영희의 생전 김 위원장의 허락아래 개설됐다는 정보도 제시했다.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히는 장성택은 2006년초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당중앙위 근로단체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을 거쳐 2007년 10월경 당중앙위 행정부장을 맡아 영향력을 상당히 회복했으나 당 행정부문이 행정부로 분리돼 군에 대한 장악력을 거의 잃었다고 정 실장은 주장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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