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쌀지원,실상 파악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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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들어 미국정부가 우리 정부에 대해 북한(北韓)에 대한 식량지원을 종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부쩍 늘고 있다.식량난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니 「안보적 예방」차원에서 다독거려 놓자고 우리를 설득하려 든다는 이야 기다.이 때문에 한-미(韓-美)간에 의견이 엇갈려 외교적 정책조율이 다급한 것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북(對北)추가 쌀지원문제와 관련해 한-미정부는 요청을 주고 받았는지,아니면 논의라도 있었는지,언급한 적이 한번도없다.지금껏 두 나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일이 없는데도 한국과 미국간에 빚어지고 있다는 이견(異見)은 실체가 없이 소문으로만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음성적으로 미국정부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미국은 우리 모르게 대북접근을 꾀하며 생색을 내려는것이나 아닌지 의혹까지 갖게 한다.어느 때 보다 상호신뢰와 공조(共助)가 긴요한 한-미관계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따라서그런 의혹을 씻어내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공식적인 입장을 하루라도 빨리 밝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요청이 확인된다 해도 대북 쌀지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미국은 국내법이나 재정문제로 식량지원이 불가능하다면서 우리에겐 남북한 관계개선 등의 원칙까지 일부 양보하라는 것같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북한 식량사정에 대해서도 두나라의 인식차가 커 보인다.미국측은 위급상황으로 보는데,우리 정부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게 보고 있다.따라서 북한의 협조를 얻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한 다음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우리 정 부의 입장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물론 이는 정부차원에서 대북 쌀지원을 하게 될 경우의 원칙이다.올 겨울 북한동포들이 유난히 춥고 배고프게 지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따라서 동포애에 따른 민간차원.국제기구차원의지원에까지 그런 원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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