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상 아닌 동맹 차원서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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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은 단순히 통상협상 차원에서 해결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한·미 동맹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드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5단계 협상 전략이 적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협상은 7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간 통화에서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을 통한 물밑 접촉→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통한 공식 협상→협상이 난관에 부닥칠 경우 청와대와 백악관 간 협의라인 가동 등의 단계적 시나리오에 따라 추가협상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지막 단계로) 이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이 미국에 압박요인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이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한국과의 신뢰관계·동맹관계의 미래에 훼손이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21일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된다”고 평가했다. 유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이나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합의가 ‘한시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며 “시한을 박은 게 아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번에 합의해온 것은 국민이 안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실무 당정회의에서 추가협상에 따른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의 장관 고시와 관련, 추가협상 및 향후 검역지침 내용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윤선 대변인은 “고시 시점을 서두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 계획을 중단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차영 대변인은 “한·미 간 쇠고기 추가협상의 결론은 양국 업체 간 사업적 이해에 따른 미봉책”이라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도 우리도 모두 쇼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그러나 내부적으론 국회 등원 여부와 시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날 천안·대전에서 열린 대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정대철 후보는 “추가협상 내용은 수용하기 힘들지만 국회를 열어 이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후보도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동의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즉시 등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는 “실망스러운 협상 결과이며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카드가 다 나왔고 장외로 나온 지 오래된 만큼 의원총회에서 (등원 여부를) 중간 점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예영준·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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