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뒤 200달러 이를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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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30면

“단기적으론 배럴당 150달러가 피크다. 100달러까지 되밀릴 수 있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 4∼5년 뒤 200달러로 다시 오른다.”

차트 마법사가 본 기름값

차트를 무기 삼아 ‘시장심리’를 읽는 삼성증권의 유승민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래프 참조> 최근 고유가의 특징 중 하나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했다는 것이다. 투기적 자금의 심리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름값이 1929년 대공황 이후 형성된 ‘장기 상승 주기’에 돌입해 현재 후반부에 이르렀다고 봤다. 특히 1998년 아시아의 경제위기 이후로 도래한 ‘중기 급상승 국면’에 주목했다. 유 위원은 “세 가지 지표로 볼 때 유가는 중기 상승 국면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첫째 선물시장의 투기적 순매수가 감소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는 매수 주문을 상업적·비상업적으로 분류한다. 비상업적 매수는 투기적 수요로 볼 수 있는데 그 순매수가 최근 급격히 줄었다. 이런 경우엔 보통 유가가 고점에 비해 10~30% 떨어졌다”고 했다. 둘째 달러 가치의 변화다. 그동안 달러 몸값이 변변치 못해 돈이 기름으로 많이 쏠렸다. 그러나 유 위원은 “지난해 여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악재가 불거진 뒤 기조적으로 약세였던 달러가 4월 이후 완만하게 강세를 보였다, 최근 강도를 보면 일시적 반등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금리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달러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기술적 근거다. 그는 “투기시장에서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가 있고 배럴당 133달러 정도로 계산됐다. 이건 이미 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상승 추세에 얼마나 힘이 붙었는지 나타내는 오실레이터 그래프를 봐도 기운이 약해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름값은 150달러 아래에 머물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100달러 수준까지 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구조적인 유가 메커니즘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놨다. ‘중기 급상승 국면’의 추이를 보면 2012~2013년엔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각국 연구기관의 유가 상승 논지를 보면 수급이라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산은 한계가 있고, 신흥시장 수요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아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며 “길게 봤을 때 수긍이 가는 진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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