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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지났어도 산중에는 아직 새벽 공기가 서늘합니다. 일찍 잠 깨어 유난히 맑은 아침을 한 호흡에 마십니다. 지난밤의 미몽을 헤집고 나와 스스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맑고 밝은 아침입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동쪽, 칠선봉에서 천지에 빛을 뿌리며 오르는 햇살이 서늘한 기운을 다독여 보낼 때 사진기 둘러메고 산을 내려갔습니다. 오늘 아침은 호미 대신 사진기를 들었습니다. 그저 맑은 아침 햇살에 홀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늘 그렇듯이 산의 끝자락은 강입니다. 물안개 오르는 우리 동네, 섬진강까지 흘러갔습니다. 흐르는 냇물보다 빠르게.
첫새벽부터 어떤 이가 강가의 조그만 땅뙈기를 갈아엎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강 한쪽에 금빛 햇살이 드리우는데 그이는 벌써 밭을 거의 다 갈았습니다. 지리산에서는 부지런만 하면 어떡하든 먹고살 수 있다는 옛말이 절로 생각납니다.
도회지 놈이 산골에 내려와 살면서 나름 부지런히 산다 해도 온전히 땅에 기대어 사는 이들의 마음은 도저히 쫓아갈 수 없습니다. 맑고 밝은 아침에 또 한 수 배웠습니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