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씨의 입장변화-신한국당 입당 군침은 도는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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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이 자신의 정치역정중 일생일대의 선택을 놓고 기로에 서있다.신한국당(가칭) 영입설이 끈질기게 나도는 가운데 그는 6일 처음으로 본인의 거취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신한국당 입당 여부에 대해 그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자신의 입당여부는 그다음 문제라고 했다.그는 『뜻이 맞으면 그냥 몸만 던져 들어갈수 있다』고도 했다.
처음 영입설이 불거져나온 후 지금까지 말의 궤적을 추적해보면이날 발언은 상당히 진전된 것이다.입당의 전제조건을 처음으로 거론했을뿐 아니라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공을 여권에 되돌린 셈이다. 朴전의원은 영입설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해 12월 중순『여권 관계자를 만난 일도 없다』고 했다.그러더니 지난해 12월 말 그는 『비자금 사건이 터진후 이원종(李源宗)청와대정무수석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영입교섭에 대해선 『제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달초 그의 발언은 『金대통령 개혁이 반작용을 낳는 상황에서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충족되지 않으면 나의 입당은 일시적주목 효과만 있을 뿐이다』로 이어졌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을 연결시켜보면 그가 입당에 대한 여운의 폭을 넓히면서 점차 조건등을 거론하는 식으로 발전한 모습이다.
특히 이날 그의 발언은 곳곳에서 적극성을 띠었다.
『과거 여야 대결은 민주와 반민주의 혈투였으나 지금은 정책대결의 시대다.야당이 자꾸 집권당을 상처내기만 하면 국민이 불안해한다.문민 1기가 잘돼야 한다.』 朴전의원 진영에선 그의 신한국당 입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다.한 측근은 『여권이 92년대선자금을 공개하는등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면 참여의 명분이 한결 고조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까지 朴전의원은 독특한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막강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한 3金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상대적으로이들에 도전하고 흠집내며 자신의 기반을 쌓아왔다.
그러나 그의 이런 기반은 이제 기로에 서게 됐다.3金중 한 사람인 金대통령이 앞장서 3金구도와 지역구도 타파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그의 기반은 위협받고 있다.무엇보다 총선 후 여권이 후계구도에 말려들면 선택의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때문에 여권의 필요성 못지않게 본인 스스로도 중대한 선택의 시점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그가 이날 대선자금 공개등을 요구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입당의명분을 축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관건은 여권이 이에 응답할 수있느냐의 여부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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