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수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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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폭 인사로 청와대 참모진의 면모가 쇄신됐다. 측근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재를 충원해 이전보다 안정적이다. 가장 중요한 대통령실장의 경우 교수 출신이라는 점이 꺼림칙하지만 경험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새 출발하는 청와대 참모들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1기 청와대의 문제점을 되새겨 그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곱씹어야 할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참모가 없었다. 그간 대통령이 보여 온 국정운영이 일방적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방식을 바로잡아야 진정한 쇄신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참모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제동을 거는 직언(直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석이 대통령의 수족에 그쳐선 안 된다. 때론 대통령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실장의 경우 그런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신임 실장을 호평하는 사람들도 꼿꼿한 결단력을 아쉬워하고 있다.

둘째, 업무파악을 못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참모가 많았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과 부처 사이를 원활하게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행정부처의 입장,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대통령의 뜻’이란 이름으로 인사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신임 수석들의 경우 관료 출신이 많다. 과거처럼 부처 현안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잘 알아 부처를 휘두를까 우려된다.

셋째,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참모가 부족했다. 자기 업무에 파묻혀 상황을 넓게 보지 못하거나 타 부문과의 협력에 소홀해선 안 된다. 수석쯤 되면 업무 자체 외에 정책의 파급력과 국민 감정까지 고려하는 정무적 판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비서실 내부는 물론 관련 부처를 아우르는 종합조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새 출발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다. 과거와 다른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 출발은 국정파탄을 초래한 기존 청와대의 문제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