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작가>"기차는 과수원으로 간다" 변호사 백종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71세의 변호사 백종무(白種畝)씨는 지난 연말 중앙일보사에서장편소설 『기차는 과수원으로 간다』를 출간,작가로 변신했다.
그는 『40세때부터 이 소설을 구상,거의 30년동안 틈틈이 메모해 온 자료및 구상이 수천장에 이른다』며 『이번 소설 출간으로 평생에 걸친 숙제를 풀었다』고 밝혔다.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왔던 한 소녀와의 이뤄지지 못한인연 이야기지만 그 배경에는 그들의 결합을 끝내 가로막았던 우리 나라 교회의 분열과 고난의 발자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독후감으로서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미 헤어진 한소녀와의 사랑을 꺼지지 않는 불로 가슴속에 키우며 살아온 한 사내의 일생에 대한 가슴저린 회한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사랑을 우리 사회의 질곡및 아픔과 병치시키고 이를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소설을 쓰게 된 듯 하다.
평생 숙제의 내용은 『억압으로 점철됐던 우리의 사회사,그속에서 왜곡돼야 했던 교회와 학교생활,억압과 왜곡속에 희생당하는 개인의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고 白씨는 말하고 있다. 독실한 신앙인인 그는 특히 일제때 신사참배 문제로 분열했고 해방후 다시 광신적 교파가 맹위를 떨쳤던 상황과 관련,『교회가 거대한 피라미드가 되어 그뒤에 있는 기독교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 현상을 증언 하는 것도 집필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동래군(지금은 부산광역시)출신인 白씨는 서울대법대를 졸업하고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54년부터 20년간 판사생활을 하며 영등포 지원장등을 역임했다.
그는 사법파동 때의 영장기각 사건 등 거듭되는 소신판결을 밉게본 유신정권에 의해 73년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한 이후 현재까지 변호사 생활을 해오고 있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