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받기'로 선거혁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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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석달앞으로 다가온 4.11총선은 어느 정당이 몇석(席)을 차지하느냐는 권력게임의 측면뿐 아니라 공명선거의 정착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란 점에서도 막중한 뜻이 있다.엄격한 통합선거법아래 실시된 작년의 6.27지방선거가 공명의 큰 걸음을 내디딘데 이어 이번 4.11총선은 더이상 이 땅에서 선거의 공명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공명의 골인지점이 되게 해야 한다.그럴 여건도 상당히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이미 효력이 입증된 선거법에다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 건을 계기로 정치와 돈의불순한 관계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4.11총선이 갖는 정치적중요성 때문에 각 정당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겠지만 盧씨사건과 정치권사정은 과거처럼 정당과 후보들의 돈선거가능성을 원천적으로제약하고 있다.
공명선거는 선거운동측에도 달려있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이룩된다.선거운동측의 공명여건이 좋아졌다고 곧 공명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유권자들의 손내밀기.금품기대심리가 없어져야 공명선거는 가능하다.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이번 선거에서 「받는 쪽」을 집중 계도하기로 한 것은 충분히 수긍가는 결정이다. 과거 선거때마다 보면 아파트부녀회.계모임 등 각종 모임에서 후보측에 전화를 걸어 여기 몇사람이 모였으니 알아서 하라는식으로 금품.향응을 요구하는 일이 예사로 벌어졌다.실제 출마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법이 무섭고 형편도 안좋아 돈 을 안 쓰려 해도 유권자들의 등쌀 때문에 돈을 안 쓸 수 없다는 실토가많았다.이런 현상은 선거를 석달 앞둔 지금도 부분적으로 벌어지고 있어 지역구에 가기가 겁난다는 사람도 많다.
유권자들중에는 이런 일을 무슨 죄의식이나 큰 잘못이라는 생각없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생각해 보자.그런 일이 선거자체를 오염.부패시키고,자기들이 뽑는 후보를 부패시켜 결과적으로 나쁜 정치를 초래하는게 아닌가.나쁜 정치아 래 고생할 사람이 다름아닌 유권자 자신이란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이제유권자문화에도 한 획을 그을 때가 왔다.지금부터 전국의 유권자들은 자존심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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