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이 멎은 보스니아의 청소년들이 심각한 전쟁후유증을 앓고 있다.보스니아내 회교계와 세르비아계.크로아티아계간의 갈등으로 인해 청소년들간에는 다른 집단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이 깊어지고있다.이 때문에 AP등 서방 언론들은 이 청소년 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수도 사라예보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인구 2만4,000여명의 고른지 바쿠프.이 지역은 크로아티아군과 보스니아 회교정부군이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던 곳이다.
이 지역의 크로아티아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크로아티아의 언어.
역사를 공부한다.그러나 호텔을 개조해 만든 인근 회교계 학교에서는 보스니아어로 코란 구절들을 열심히 읽는다.전쟁전 양쪽 학생들은 옛유고의 교과과정에 따라 똑같은 내용을 공 부했다.
전쟁이 끝난 지금도 학생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전선(戰線)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지금 두 나라,두 역사책,두 생각이 있습니다.아이들은 서로를 상대로 해 경기하려 하지 한 팀을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곳에 주둔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소령 버치 메이콕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서로를 동반자가 아닌 적대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에서는 이처럼 각 집단이 청소년들을 함께 교육시키면서 서로 공통점을 찾아 내기보다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내전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중학교 교장인 자히드 세히크는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려하지 않으면 보스니아는 하나의 국가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통합 교과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논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나 현재로서는 이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열여덟살의 지야다는 『우리집을 불태우고 형제를 죽인 그들과 어떻게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함께 뛰어놀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부모들 또한 서로 죽고 죽였던 원수의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을 허락지 않고 있다.
보스니아군에서 2년간 복무한 후 학교로 돌아온 스무살의 레피크 하다로비크는 『아마도 2~3년이 지나면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한다.
염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