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연애의 기초''해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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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MBC 『연애의 기초』와 SBS 『해빙』이 이번주 조용히 막을 내렸다.
두 작품은 하반기 드라마의 흐름을 주도한 MBC『제4공화국』과 SBS『코리아 게이트』 등 정치드라마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제몫을 다하려고 애쓴 작품이다.하지만 종영뒤의 평가는 사뭇다르다.처음부터 순탄하게 제 갈길을 가면서 인기 끌기에 성공한『연애의 기초』에 비해 『해빙』은 정치드라마의 파고를 넘지 못한 희생양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연애의 기초』는 네개의 에피소드를 한 주제로 묶은 옴니버스드라마.인간의 소외란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포착해보는즐거움이 만만치 않았다.
개성있는 출연자들의 상큼한 연기,자극적이지 않은 신선한 영상등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여러요소들이 알맞게 조화를 이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도 얻었다.작가.연출자.배우.시청자 등방송사 주변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이들의 고뇌 와 허상을 드러내 보여줬다는 점 또한 이채로웠다.
반면 남남북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해빙』은 소재의 참신함을감쌀만한 드라마의 깊이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착상은 좋았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구성과 내용이 빈약했던 것.
그러나 『해빙』은 정작 작품 그 자체의 결함보다도 제작 방송사의 판단 잘못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산 것이 더욱 안타깝다.
1년 이상의 제작 기간에 편당 1억원 이상이 투입된 창사특집극을 「정치의 계절」에 정치극(『제4공화국』)과 맞 편성,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보여 주지도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즉흥적인 편성전략은 드라마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볼 권리까지 박탈한다.『해빙』의 몰락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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