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출범 공격경영 펼듯-세대교체 이룬 현대그룹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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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현대그룹의 정몽구(鄭夢九)회장체제 출범은 현대 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그룹 내적으로는 창업1세 전문경영인들이 대거 일선에서 물러나고 신임 鄭회장과 정몽헌(鄭夢憲)부회장을 중심으로한 2세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젊은 총수및 차세대 전문경영인들에 의한 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들어 LG.쌍용.코오롱.삼미그룹의 총수가 잇따라 바뀌는등 재계를 강타한 세대교체 바람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앞으로 재계 전체의 판도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의 2세 승계는 어느정도 예견돼 왔었으나 시기에 대해서는재계가 깜짝 놀라고 있는데 이는 창업주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더 늦추면 안되겠다』고 결심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의 나이(80)등을 고려할 때 후계구도를 분명히 한뒤이를 정착시킬 필요를 느꼈으며 정몽구회장이 사실상의 장자(長子.차남이나 장남인 夢弼씨는 작고)이면서 빼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해왔기 때문에 차제에 단안을 내렸다는 것이다.
鄭명예회장은 이같은 「고독한 결단」을 내린뒤 28일 오전 박세용 기조실장을 불러 인사를 지시했다.전혀 감을 못잡고 있던 그룹 핵심 경영진은 인사내용이 알려지자 깜짝 놀랐다.
비자금 사건이후 그룹마다 분위기 쇄신및 환골탈태를 위한 각종경영혁신을 서두르고 있는데다 현대는 정부와의 관계도 회복된 때여서 홀가분하게 그룹조직을 정비하고 키울 수 있는 적기라는 점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8남1녀를 둔 鄭명예회장은 평소 자녀들에게 가부장적 유교식 교육을 철저히 시켜왔고 정몽구회장에게 동생들이 잘 따르고 있어장자 승계에 의한 단일경영체제는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鄭신임회장은 77년 현대정공을 창업하다시피해 세계최대의 컨테이너업체로 키웠으며 자동차서비스.할부금융.산업개발.인천제철등 신규 사업마다 잇따라 떠맡아 이른바 MK라인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데 손색이 없다.
다만 鄭신임회장은 그룹 종합기획실이나 자동차.전자등 주력사업에 직접 간여한 경험이 많지 않고 건설.석유화학.중공업등은 지분정리가 확실치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룹 전체를 어떻게 조율하고 결속력을 다져나가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현대는 한편 이번 인사에서 사장 5명,부사장 19명,전무 38명,상무 69명,이사 89명,이사대우 165명등 385명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5명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90년대 들어 거의 이동이 없었던 회장.사장단이 대폭바뀌면서 30대 임원 4명(전자 3,유화1명)이 새로 탄생하고고졸출신 임원도 나오는등 발탁 인사가 밑으로까지 이어졌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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