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별 투표 보니 … IT연맹등 파업 찬성률 20%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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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미국 쇠고기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표’ 결과 소위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투표 참여가 매우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의 이번 투표에는 27만1322명이 참여해 53.1%의 투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KT와 같은 정보통신 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IT연맹의 투표율은 15.4%에 불과했다. 보험·증권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입된 사무금융연맹도 투표율이 16.9%에 그쳤다. 전국 대학의 사무직원들이 소속된 대학노조는 32.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36.7%의 조합원이 투표를 했다. 이 연맹들의 조합원 대비 찬성률도 10~20%대였다.

일용직·플랜트와 같은 건설 노동자들로 꾸려진 건설산업연맹은 전체 조합원 중 73.5%가 투표, 70.5%의 찬성률을 보였다. 금속노조도 81.9%의 조합원이 투표해 55%가 찬성했다. 금속노조에는 완성차 4사, 정비업체, 부품업체, 타이어공장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다. 여성 청소부들이 많은 여성연맹에선 조합원 대부분이 투표(93.5%)했다. 배관공이나 하자보수공이 많이 가입된 시설연맹도 74.6%의 투표율을 보였다. 블루칼라와 일용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표를 주도한 셈이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식노동자들은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며 “제조업종도 임·단협 투쟁과 연계돼 있어 투표율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전반적으로 이번 정치투쟁에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기류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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