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을 보는 세계시각-미국 워싱턴포스트 24일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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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
북한은 핵개발 계획의 제한을 약속하면서 2기의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바꾸는데 동의했다.
반면 북한은 대규모 홍수피해에 따른 기아와 식량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국의 원조는 미미한 실정이다. 미국은 22만5,000달러를 지원했을 뿐이다.
당연히 몇가지 의문이 제기된다.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도발적 자세와 고립상태에서 벗어나 국제질서에 편입되도록 유도한다는것이 궁극적 목적이 아니었던가.
미정부는 쌀지원 등으로 북한으로부터 좀더 고분고분한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쌀을 지원하면 북한 지도부에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것이 아닌가.
북한 지도부는 냉전 종식에 따른 정치적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집단이다.
그러나 세계의 반응은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의 과거행동으로 인해 엄청난 국제적 불신을 감내해야 하는 입장이다.
북한에 대한 불신은 공격적 대외정책,테러행위,주민에 대한 잔혹성,그리고 폐쇄적이고 불안정한 정치질서 때문이다.
국제적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은 특별한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먼저 대외 식량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입장에있는 국제조사단의 방문을 받아들여야 한다.북한은 비밀에 익숙해져 있고 주체사상에 지배되고 있어 이같은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외국의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식량을 군사용 비축미로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도 공개해야할 것이다.
국제식량원조 기구 등이 지원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식량지원이 필요한 다른 나라들과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아상태의 다른 나라들은 실상을 공개함으로써 북한보다 훨씬 더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인색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현상황은 국제적 감정이나 미국의 인도주의 전통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북한에는 핵위협제거라는 중대한 미국 국익이 걸려있다.
미행정부는 이 이익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정리=진창욱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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