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忘年會-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맞는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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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갑골문(甲骨文)에 보면 亡은 장님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이다.장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亡의 본뜻은 「없다(無)」(「盲目」참고)가 되는데 후에 「달아나다」(亡逸.
逃亡),「죽다」(死亡.存亡),「잃다」(亡失.亡羊補 牢)등 많은뜻을 파생시켰다.
따라서 忘은 「마음을 잃었다」가 되어 옛날 기억했던 것을 잊어버렸다는 뜻이다.망각(忘却).망우(忘憂).건망증(健忘症).불망(不忘).비망록(備忘錄)등이 있다.
年은 본디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 나왔음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年齡」참고).그래서 본 뜻은 「벼가 익다」인데벼는 1년에 한 번 익으므로 年이 「1년」이라는 뜻으로 전용되자 벼가 익는 것은 벼(禾)가 고개를 숙여 생각 하는(念) 것과 같다 하여 벼 익을 임(稔)자를 만들어 표현했다.연간(年間).연말(年末).격년(隔年).정년(停年)이 있다.
會는 솥 속에 고구마 등을 삶기 위해 모아 놓은 모습이다.그래서 「모으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회견(會見).회의(會議).
개회(開會).연회(宴會).환송회(歡送會)가 있다.
따라서 망년회(忘年會)라면 「한 해를 잊는 모임」이라는 뜻이다.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보내면서 어려웠던 일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모임이다.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동료와 함께 지난날을 되돌아 보고 각오를새롭게 다지는 기회라는 점에서 유익한 면도 없지 않으나 언제부터인지 忘年會라면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임으로 변질(變質)되어버렸다.그래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는 커녕 한해를 몽땅그르치는 「亡年會」가 되는 수도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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