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96신춘문예 투고 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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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6일 원고접수가 마감된 96년도 중앙일보 신춘문예는 전체적인투고량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부문별로 보면 단편소설이 456편으로 지난 해의 90%수준을유지했을 뿐 다른 부문은 지난해의 70%로 떨어졌다.
시는 4,113편(976명),시조는 221편(64명)으로 지난해의 70%에 그쳤다.
희곡은 지난해 52편에서 35편으로,평론은 지난해 55편에서15편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계간지를 중심으로 한 문예잡지들이 등단과 작품발표의 주된 무대로 자리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신문 신춘문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진 탓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소설이 지난해에 육박하는 투고량을 기록한 것은 문학지망생들이 소설로 몰리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응모원고는 컴퓨터 작성이 전체의 90%에 이른다.육필원고는 소설의 경우 한편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질적으로도 열세를 면치 못했다.
내용에선 전 장르에 걸쳐 무거운 주제와 진지하게 대결한 작품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생활주변의 일상사를 가볍고 감각적으로 다룬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중앙 신춘문예는 보다 젊은 감각의 개성있는 작품,실험적이고 새로운 경향의 작품에도 등단문호를 열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심사위원 연령을 평균 40대로 대폭 낮추고 이를 공고했으나 이에 부응하는 참신한 작품이 드물었던 것은 아쉬움이었다 .
분야별로 올해의 경향을 정리해 봤다.
◇시.시조=막연한 감정적 처리에 그친 것이 예년과 같이 3분의2 이상을 차지했다.
소재로선 개인적 체험을 다룬 것이 주류를 이뤘다.현실적이고 정치적인 것은 드물었다.
형태면에선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이 적었으며 그나마 시적 전통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짚어지지 않는 흥미위주의 시도인 것으로 보여 아쉬웠다.
자연을 소재로 하되 생태적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동화를 희구하는 시세계를 보여주는 것들이 예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조는 도시적이고 사회적인 감각의 작품들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나 현대시조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했다.
◇단편소설=전체적으로 도전적인 신인들이 지녀야 할 야심과 패기를 지닌 작품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는 평이다.
치열한 문학혼을 보여주는 진지한 작품보다 감각적이고 가벼운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도시생활의 고독을 배경으로 영화.비디오.음악 등 대중문화에 깊게 침윤된 젊은 세대의 감각을 보여주는 소설이 그것이다.
부모.형제.자매간의 갈등을 다룬 가족소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한 예심위원은 『소설적으로 이슈화할 만한 대표적인 소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 문단의 어려움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예심에서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거나 실험적인 형식을 시도한작품들에 점수를 주었다.
◇평론=응모량이 격감했고 수준도 떨어져 당선작을 내지 못할 판. 이론에 작품을 꿰맞춘 것들,텍스트를 잘못 선정한 것,작품에 빠져든 해설일 뿐 평론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들이 주류를 이뤘다. ◇희곡=도둑.탈옥수.정신병자 등 작위적으로 무리한 상황을 설정하는 신춘문예 투고경향은 여전했으며 생활주변의 가벼운 이야깃거리를 다룬 작품들도 많았다.
실제 무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대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속도감.압축성을 살린 작품이 드물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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