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휴업 18일 … 초선들 “국회 빨리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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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8대 국회의 개점 휴업이 계속되고 있다. 임기를 시작한 지 18일째를 맞지만 여야는 개원 협상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정치권 밖에서 쇄도하지만 주요 정당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5일에도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보장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 중인 통합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지금은 내각이 총사퇴를 한 비상 시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헌법 정지 사태가 계속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가축법 개정안 처리를 전제로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를 먼저 연 뒤 그곳에서 쇠고기 문제 등을 처리하는 게 순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등원을 미루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개원의 조건은 정부가 쇠고기 재협상을 하거나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이 보내는 사인(신호)을 외면한다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의 뜻이 직접 표출되면서 대의정치가 실종된 상황인데도 국회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엄태석 교수도 “두 당이 서로 눈치만 보며 국회를 정상화하라는 국민 다수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다간 결국 무슨 일을 해도 신뢰를 얻지 못해 공멸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등원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여야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데는 각 당의 내부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원내 1, 2당의 지도력 빈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두 당의 최고 지도부에는 유난히 18대 총선에서 불출마했거나 낙천·낙선한 원외 인사가 많다. 당장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는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낙선했다. 게다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다음 달 초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18대 국회와 무관한 강 대표와 손 대표가 등원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처지인 셈이다.

손 대표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등원을 무한정 늦추고 있을 수는 없다”며 등원론을 제기했음에도 당내 기류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당으로부터 가축법 개정에 대한 동의를 받은 뒤 의장단 선출 등 1단계 개원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손 대표의 노선을 비판했다.

이러다 보니 18대 국회에 처음 진입하는 초선 의원들이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나라당의 권영진 의원은 “하고 싶은 일은 산더미인데, 국회가 계속 닫혀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도 “지역구에 가면 ‘국회에 들어가 싸우라’는 얘길 듣는다”며 “어느 단계까진 당론을 따르겠지만 너무 지연된다 싶으면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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