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95>4.對북한 쌀 지원-남북관계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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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북 쌀 지원 과정에서 발생한 몇가지 불미스런 사건들로 남북간에는 또다른 앙금이 남게 됐다.
온 국민의 기대속에 시아펙스호가 청진항에 도착하자 북측은 선장(金禮民.37)을 위협,태극기를 내리고 대신 인공기 게양을 강요했다.국내여론은 즉각 들끓기 시작했다.
정부는 즉시 대북 쌀 제공을 중단하는 한편 북측에 강력히 공식사과를 요구했다.북한은 전금철(全今哲)대외경협추진위 고문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실무적 착오였으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8월2일에는 삼선비너스호 사건이 또 터졌다.
이 사건은 그동안 보수.중도적 입장을 견지하던 국민들의 대북관을 강경기류로 모는 결과를 초래했다.또 이같은 변화는 정부의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정부내 외교안보팀의 입지가 극도로 제한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남북한은 9월27일 베이징(北京)에서 제3차 남북 당국간 회담을 열어 재차 관계개선을 모색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결렬됐다.남측은 이 회담에서 북측에 우성호 송환.상호비방 중단을 촉구했다.그러나 북측은 줄곧 「쌀 추가지원」만을 요구 했다.평양에필요한 것은 오로지 쌀 뿐 남북관계 개선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공기 사건등으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의 1차적 책임은 북측에 있지만 우리도 반성할 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쌀 제공 자체가 단기효과만을 노린데다 주무부처(통일원)를제치고 추진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통일원의 한 고 위 당국자는 『남북관계도 정도(正道)를 가야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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