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뚫린 출입국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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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입국사증(入國査證.VISA)이 없는 중국인들이 입국심사등 입국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국내로 들어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지난 17일 사이판발 홍콩행 표를 가진 중국인 1명이 김포공항에 통과여객으로 도착한 뒤 사라져버린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역시 사이판발 홍콩행 표를 가진 중국인 3명이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시내로 들어와 취업을 시도하다경찰에 적발됐다.
그 구체적인 원인은 현재로선 알 길이 없으나,그것이 무엇이든흐트러진 공직기강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최근의 어수선한 정국이 공직사회의 나사를 풀리게 했고,그 증거의 하나가바로 이번 사건은 아닌지 새 내각은 면밀히 검 토해볼 필요가 있다. 내용으로 볼 때 두 사건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것이란 심증이 짙다.불법입국자가 두 사건 모두 중국인이었고,출발지와 행선지도 꼭 같았다.이로 미뤄볼 때 김포공항에는 밀입국주선 브로커가 상주해 있었거나 정상적인 입 국절차를 받지 않고도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지 않았나하는 의심이 간다.또 공항관계직원이나 근무자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도 『통과여객라운지에 있던중 한 남자로부터 돈을 주면 입국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아 공항을 빠져나왔다』는 아귀가 안맞는 진술만을 받고 추방해버린 당국의 수사와 조치는 너무도 허술하고 성급했다.추방이 급한 것이 아니었다.철저한 조사로 밀입국알선자나 조직의 적발을 위한 단서를 찾아냈어야 하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당국은 재수사에 나서 출입국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국토분단상황이 계속되고 있고,테러리스트의 잠입가능성도 큰 판에 이런 허술한 출입국관리로 어떻게 사회안전을 보장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다시 문제되고 있다.공직기강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도 이번 사건을 일과성(一過性)의 것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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