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경제팀 規制완화 총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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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회분위기 일신과 내년 4월의 총선을 겨냥해 총리를 비롯한 전면 개각이 단행됐다.총선준비를 위해 떠난 경제팀의 보각(補閣)은 개혁성향의 인물보다는 현실적 행정경험자로 메운 인상이다.
경제팀의 핵인 경제부총리(羅雄培)와 청와대경제수석(具本英)이참신한 맛은 없지만 행정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서로 호흡을 맞추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새로 발탁된 강운태(姜雲太)농림수산,추경석(秋敬錫)건설교통,이석채(李錫采) 정보통신장관등도 행정경험을 갖춘 관료출신들이다.경제팀의 주요 멤버들이 과거羅부총리와 함께 일했고 대학 선후배관계로 맺어져 있어 팀워크에는 큰 잡음이 날 것같지 않다.또 경제현안을 보는 눈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그러나 지금은 개혁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총선을 눈앞에 둔 정치계절이란 점이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개혁과 정치가 우선하는 상황에서 과연 경제팀이 제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가 요란을 떨때 경제는 뒷전으로 밀린다.정책결정 때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항상 우선한다.경제팀은 그 뒤치다꺼리 하기에 바쁜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새 경제팀은 바로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려는 분위기를 차단하고 경제원리에 따 라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경제개혁은 충격요법을 동원하기보다는 현재 드러난 문제들을 차분히 풀어나가는데서 찾아나가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경제팀을 믿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경제팀은 현안을 풀어가는데는 비교적 무난한 팀워크다.행정경험이 많고 현실감이 있기 때문이다.지금은 새사업을 떠벌리기보다는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며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새경제팀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그렇게 만만치 않다.
우선 경제마인드의 회복이 시급하다.지금 우리경제는 비자금파문과 5.18특별법제정등 정치권의 태풍으로 극도로 위축돼 있다.
경제를 끌어가는 기업인들이 기를 못펴고 있다.정경유착의 책임을온통 기업인들이 뒤집어 쓰고 제대로 숨을 못쉬고 있다.얼굴검은정치권이 기업인만 얼굴이 검다고 질타하는 상황이다.의욕과 사기가 떨어진 기업인들의 기업마인드를 북돋워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해야한다.
둘째는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내년 경제를 보는 눈은정부와 민간간에 엇갈리고 있다.정부는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반해 민간은 비관적으로 본다.무엇보다도 물가가 불안하다.불안한 노사관계로 임금인상이 불가피하고 총 선등으로 인플레심리가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민간경제계는 정책의 최우선을 물가잡는데 두고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살려 경제가 반드시 연착륙이되도록 지혜를 모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와 정부간섭의 배제다.지금도 우리는 비자금의 후유증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그것은 바로 정경유착 때문인데 그 근본원인은 과도한 권력집중과 기업규제에서 비롯된 것이다.제2의 비자금사건 을 막기 위해서는 이같은 권력집중을 완화하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이나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관련,경제팀은 이번 기회에 대기업정책을 분명히 할 필요가있다.대기업정책에 명확한 원칙과 주관을 세워야 한다.정치적 목적에 따라 신규업종진입을 허용 또는 불허하거나 정부에 밉보인 특정대기업에 대해 금융제제등 각종 불이익을 주는 식의 정책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대기업정책은 공정거래법을 보완해서 다루고 나머지 규제는 풀어 기업자율에 맡기는 용단이 필요하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늘 한계가있다.특히 정치계절에는 더욱 그렇다.문민정부의 남은 2년여임기동안에도 정치무대는 총선.대선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이런 정치계절에 부총리를 비롯한 새경제팀이 어 느정도 정치권과 조율을 통해 안정된 경제의 틀을 잡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완화를 해 나갈지가 관심거리다.
(논설위원) 신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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