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 ‘발칸 용병’ 독일 속 발칵 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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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선제골의 주인공 스르나<中>와 팀 동료 라키티치<左>, 프라니치가 기뻐하고 있다(사진左). 경기 후 독일 주장 발라크<左>와 포돌스키가 침울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사진右). [클라겐푸르트 AP=연합뉴스]

발칸 반도의 강호 크로아티아가 예정된 이변에 불을 지폈다.

크로아티아는 13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뵈르테제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08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인 ‘전차 군단’ 독일을 2-1로 제압했다. 오스트리아와의 첫 경기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크로아티아는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크로아티아는 대회 전부터 ‘태풍의 눈’이었다. 유로 2008 예선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홈에서 2-0, 원정에서 3-2로 제압하며 조1위로 당당히 본선에 올랐다.

예선에서 10골을 터트린 주공격수 에두아르도 다 실바가 부상으로 빠져 본선에서는 기를 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기우였다. 크로아티아는 독일보다 더 독일 같은 축구로 독일을 제압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축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기계처럼 짜임새가 탄탄하고, 강인한 몸싸움으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경기 스타일이 독일을 빼닮았다.

크로아티아에는 독일에서 뛰는 선수들이 유난히 많다. 수비의 핵 시무니치(헤르타 베를린)·R 코바치(도르트문트), 결승골을 합작한 라키티치(샬케)와 올리치(함부르크) 등이 모두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장 니코 코바치도 2006년까지 15년 동안이나 독일에서 뛰었다. 독일이 어떻게 싸우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크로아티아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다보 수케르를 앞세워 4강 신화를 일군 바 있다. 그때 8강전에서 독일을 3-0으로 제압,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 크로아티아를 지휘하고 있는 슬라벤 빌리치 감독도 당시 수비수로 활약했다. 그 뒤 크로아티아 축구는 다소 침체됐다. 그러나 40세의 젊은 사령탑 빌리치가 들어서면서 크로아티아는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보다 더 강한 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경기 전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 축구를 음악에 비유한다면 어떤 곡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우리가 하는 건 오페라가 아니다. 여기가 오스트리아인 것은 알지만 어린이 잡지에나 어울릴 만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독일을 꺾는다면 그건 다른 모든 팀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비장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나란히 1패를 안고 격돌한 오스트리아와 폴란드는 1-1로 비겨 8강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이 생겼다. 개최국 오스트리아는 전반에 폴란드 구에레이로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17일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폴란드는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베른(스위스)=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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